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1.2리터 3기통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3.9kg·m의 이 조합은 ‘마일드’라는 이름과는 달리 의외로 단단한 힘을 발휘한다. 모터가 개입하는 시점은 거의 무음 수준이며, 도심 속 저속 주행에서는 모터 단독으로도 부드럽게 출발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가속을 시도할 때도 별다른 끊김 없이 전기모터가 서포트 역할을 해준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했지만, 실제 느끼는 주행 감각은 매우 복잡했다.
새롭게 개발된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e-DCS6)가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푸조는 기존 토크컨버터 방식 대신 이 습식 듀얼클러치를 채택하면서 효율과 반응성을 모두 챙겼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도심에서는 부드럽고, 와인딩이나 고속 주행 시에는 발끝에서 영민한 감각이 살아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핸들링, 승차감은 여전히 ‘푸조다움’이 살아있다. 작은 스티어링 휠은 직결감 있는 조향을 가능하게 하며, 차체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i-콕핏 레이아웃은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시야 확보와 운전 몰입감을 동시에 끌어낸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특히, 인상적인 건 서스펜션 세팅이다. 푸조 특유의 유럽식 하체 감각이 살아있는데, 승차감은 부드럽되 코너에서는 탄탄한 지지력이 돋보인다. 복합재로 이뤄진 경량 플랫폼과 낮은 무게중심은 코너링 시 좌우 롤을 줄이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노면을 정밀하게 읽는다. 굳이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차가 주는 감각적 즐거움이 뚜렷하다.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타고 있으면, 마치 한동안 잊고 있던 ‘운전하는 재미’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그 감각. 가속할 때 발끝에 전해지는 토크감, 코너에서 차체가 예리하게 반응하는 움직임, 엔진과 모터가 혼연일체처럼 작동하며 리듬감 있게 주행을 이어가는 그 모든 순간들이 즐겁다.
최근의 하이브리드들이 너무나 효율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주행 감각이 무디고, 반응이 둔해진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스마트’라는 이름 그대로 똑똑한 전기 어시스트를 통해 운전자가 원하는 반응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모터가 개입되면 재미가 없다’는 오랜 편견을 깨기엔 충분한 역량이다.
소음은 있는 편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들어낸 정적은 제한적이다. 이질적인 엔진 소음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오게 된다. 풍절음 억제는 잘 잡은 거 같지만, 17인치 휠 기본인 타이어 노면 소음은 꽤 많이 유입된다. 하지만, 운전의 재미에 한번 푹 빠진다면 이 정도 소음쯤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이와 동시에 장점이 되는 건 연비다. 디젤의 효율성을 얼추 따라 잡으려는 노력이다. 복합연비는 17.1km/L(WLTP 기준). 실제 시승 환경에서도 도심과 고속을 오가며 제원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성격상 시동과 정지, 회생제동이 자연스럽다. EV 모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지만, 저속에서는 엔진 개입 없이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며, 교통 흐름에 맞춰 오르내리는 속도 변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외관은 푸조 특유의 사자 이빨(DRL) 그래픽이 살아있는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308만의 날렵한 실루엣과 비례감도 좋다. 특히 테일램프의 입체적인 그래픽과 낮은 루프라인은 해치백 특유의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375mm, 전폭 1,850mm, 전고 1,465mm로, 폭스바겐 골프나 현대 i30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2,675mm의 휠베이스는 실내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며, 2열 공간 또한 성인 2명이 무리 없이 탑승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 뒷좌석에도 에어벤트가 마련되어 있어, 실사용에서의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는 이전 모델에 비하면 대변혁이다. 콤팩트하면서도 디지털화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탈피하듯 기본 바탕을 유지한 채 변한 영리한 방식이다. 대표적인 게 푸조 특유의 ‘i-토글(i-Toggles)’ 터치 버튼들이다. 10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의 터치스크린은 시인성이 우수하고, 인터페이스는 국산차 대비 약간의 학습이 필요하지만 일단 적응하면 조작이 직관적이다. 모든 게 개성 넘치는 UX를 제공한다.
적재 공간은 기본 412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1323리터로 평소 짐이 많지 않은 1~2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충분한 공간이다.
푸조는 종종 과소평가되어 온 브랜드다. 독특한 디자인, 생소한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다소 어려운 UX 탓에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그런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며, 동시에 푸조만의 장점을 오롯이 살린 모델이다.
하이브리드로 펀드라이빙을 하고 싶다면? 혹은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치백을 찾는다면?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물러 있을 차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영리하고도 감성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