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육기자의 으랏車車] 표준 완성도 자랑하는 폭스바겐 ID.4

글로벌이코노믹

[육기자의 으랏車車] 표준 완성도 자랑하는 폭스바겐 ID.4

실용성과 주행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독일 전기 SUV
폭스바겐 ID.4 사진=폭스바겐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만든 순수 전기 SUV ID.4는 첫인상부터 의외였다. 전기차답지 않게 ‘무언가 과장된’ 부분이 없다. 디자인도, 주행 질감도, 인터페이스도 모두 절제되어 있다. 지금에 와서 이 차를 ‘흘깃’ 했을 때 전기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 같다. 화려함 대신 실용과 균형을 앞세운 설계라서 그런가 보다.

ID.4에 올라타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익숙함이다. 버튼 배치나 시트 포지션, 대시보드의 형태까지도 기존 내연기관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화는 분명 진전됐지만,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폭스바겐 스타일’을 고수한다. 12.9인치 터치스크린과 햅틱 슬라이더는 초기엔 어색하지만 금세 손에 익는다. 다만 슬라이더 조작은 주행 중 직관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무릎 공간, 헤드룸 모두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특히 뒷좌석은 성인 두 명이 장거리 이동을 해도 충분한 여유가 느껴진다. 바닥이 완전히 평평하게 설계된 덕에 중앙 좌석 활용성도도 높다. 물론 다른 전기차들도 이점은 마찬가지다. 다만, 공간의 안락함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는 뜻이다. 트렁크는 543리터로, 이중 바닥 수납공간까지 활용하면 실용성은 기대 이상이다.

한가지 특이점은 1열 좌석 사이 센터콘솔부, 플로팅 아일랜드 바의 높이가 꽤 낮다. 그래서 암레스트 따로 뒀다는 점, 그리고 아일랜드가 낮으니 그 아래 수납 공간이 부족한 점. 실용성에 있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ID.4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감각이다. RWD(후륜 구동) 특유의 묵직한 발진감, 낮은 무게중심이 만들어내는 코너링 안정감이 꽤 괜찮다. 스티어링은 다소 가볍게 세팅되어 있지만, 고속에서의 응답성은 만족스럽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조금 들어오는 편이지만, 아주 거슬리는 편은 아니다.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 너머에 필요한 정보만 쏙 골라넣은 계기판은 시야를 가리지 않으며 플러스, 운전자의 집중도를 위해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알맞은 위치에 들어갔다. 한편, '너튜브' 플레이 버튼처럼 생긴 가속페달과 '일시정지' 모양의 브레이크 패드는 운전 중 괜스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위트라 기분이 좋아진다.

82kWh 배터리를 탑재한 시승차는 WLTP 기준 최대 500km에 가까운 주행 가능 거리를 갖췄고, 실제 도심+고속 복합주행에서 약 420km를 달린다. 여름철 에어컨을 작동하며 시승해도 불안감 들지 않는 정도다. 전기차 특유의 급가속을 강조하기보다,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가속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폭스바겐은 EV에서도 ‘운전자의 감성’에 신경을 쓴 거 같다.

ID.4는 최대 175kW DC 고속충전을 지원한다. 10%에서 80%까지 약 28~30분이 소요되고, 충전 중 배터리 온도 관리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배터리 온도에 따라 충전 전력 출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며, 장거리 주행 중에도 과열로 인한 출력 저하 현상은 없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실제로 전비는 5.2~5.8km/kWh 수준을 기록했다. 회생 제동 강도는 B모드 하나만 제공되지만 자연스러운 제동감을 준다. 테슬라나 다른 경쟁 모델들처럼 저항력이 크지 않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생제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테스트를 위해 경험해보면, 덕분에 주행거리가 의미 있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경쟁 모델인 기아 EV6나 현대 아이오닉 5처럼 회생 제동 단계를 세밀하게 조절하긴 어렵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오히려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IQ.Drive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사각지대 경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은 도심과 고속구간 모두에서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특히, ‘트래픽 잼 어시스트’는 정체 구간에서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여준다.

완성도 높은 차량이지만 단점이 없진 않다. 우선 햅틱 슬라이더 방식의 조작부는 손끝 촉감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또, 테슬라 대비 실내 UI 반응 속도나 앱 연동성 면에서는 아직 한 발 느리다. OTA 업데이트는 가능하지만,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고속도로에서의 급가속 상황에서는 출력이 다소 아쉽다고 느끼는 운전자도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 ID.4는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탄탄한 기본기’와 ‘균형 잡힌 구성’으로 승부하는 모델이다. 과장되지 않은 디자인, 전기차에 특화된 플랫폼의 이점, 실용적 공간, 그리고 독일차 특유의 주행 완성도까지. 일상에서 EV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과 첨단 기술을 원한다면 다른 경쟁 모델을 찾는 게 낫다. ‘덜 튀고 오래 타는 차,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는 차’를 찾는다면 ID.4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폭스바겐 ID.4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 사진=폭스바겐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