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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發 후폭풍' 현실화…항공 재편 시계 다시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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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發 후폭풍' 현실화…항공 재편 시계 다시 흔들리나

공정위, 아시아나 운임 제한 위반에 과징금 부과
M&A 환경 경고음…시장 신뢰·운영 불확실성 우려
"리스크 관리와 감시 강화 요구 커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보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보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정부 당국의 제재로 인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에 과징금 121억원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까지 병행하며 '사후 감시' 체계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이번 조치는 단순 행정 처분을 넘어 항공업계 재편 흐름과 국내 대기업 인수합병(M&A) 환경 전반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이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이후 부과된 운임 인상 제한 조건을 위반했다며 이행강제금과 형사 고발을 결정했다. 이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시 명시했던 '승인 조건 불이행 시 강제조치' 조항이 실제로 발동된 첫 사례다. 이번 처분은 합병 시너지 창출 계획에 영향을 미쳐 구조조정 일정과 경영 효율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항공업계 뿐 아니라 전 산업 M&A 환경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조건부 승인 조항이 단순 행정 요건이 아닌 위반 시 중징계가 뒤따르는 '구속력 있는 조건'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소비자 편의를 고려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폭리 시도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사례는 항공업체들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합병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서 교수는 "항공업계 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M&A 계약 시 중대한 부정적 영향, 천재지변을 제외한 계약 해석 분쟁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아시아나 사례처럼 운임 인상 한도 위반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기업 운영 불확실성과 시장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아시아나항공 M&A 이후 시장 독점화 경향을 경계한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윤철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항공사가 소비자 가격을 실수로라도 기준 대비 높이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규제는 전략적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제언했다.

공정위 조치를 '경고성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합병 자체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공정위가 기업결합 후에도 10년간(2024년 말~2034년 말) 이행 여부를 정밀하게 감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단순 조건부 승인에서 한발 나아가 실질적 '후행 감시'까지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조건부 승인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앞으로 더 면밀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이행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재발하면, 공정위 입장에서는 조건부 승인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 조치를 약속한 만큼 기업 결합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은 항공사들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서 교수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해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를 가진 만큼 안전 인력 확보, 정비 시설 확충, 내부 감시·교육 체계 강화 등으로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