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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위법”에 재계 딜레마…깊어진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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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위법”에 재계 딜레마…깊어진 불확실성

상호관세 판결 상고심 넘어갈 듯
품목관세·對美펀드 각론 변수 겹쳐
기업들 美 전략 세부조정에 '촉각'
민관 섣부른 결정 대신 시간 끌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주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주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사법부가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대미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이 불확실성 속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관세 정책이 실제로 누그러지면 관세보다 미 현지 시장 입지를 다지는 사업 효과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짤 여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서두르는 대신 관세 부과 동력의 약화 여부를 지켜보며 일단 시간을 끄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미 법원 2심 판결에 불복,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판사가 6명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IEEPA에 따른 관세 부과는 상호관세 이외에도 펜타닐 유입에 대응해 중국·멕시코·캐나다에 부과한 관세, 대중(對中) 재보복 관세 등이 해당한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사법부 제동까지 겹치면서 한국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안에 상호관세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를 더 강화하거나 IEEPA를 피해 다른 법령을 근거로 국가별 관세를 부과할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내놓은 대미 투자 내용을 문서 형태로 구체화할지 여부도 부담이다. 한·미 양국은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펀드와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 방식을 두고 의견 접근을 아직 못 이뤘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향에 관해 “(한도 내에서 출자 이행 요구를 따르는) ‘캐피털 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관세 문제가 기업 의사결정 요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대미 투자는 미국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 잡자는 큰 틀에서 예전부터 정해졌다”면서 “투자 세부계획이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다음 경영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기 때문에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와야 다른 무역규제 조치들까지 고려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불확실성 속에서 일단 협상 카드를 섣불리 제시하는 대신 시장 확대 필요성이나 사업성 같은 요인을 고려한 경영 전략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받더라도 다른 방식을 모색하겠지만 남은 임기 동안 관세 정책의 레버리지가 좀 더 약해질 것”이라면서 “상호관세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두루뭉술한 대미 투자 논의로 시간을 끌며 기민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