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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400억 달러 CDMO 시장 본격 진출…신약개발 부문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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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400억 달러 CDMO 시장 본격 진출…신약개발 부문 분리

2032년까지 3개 공장 추가 건설, 총 생산능력 132만 리터로 확대
올해 2조 원 계약 체결…"이해충돌 우려 해소로 성장 가속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기록적인 의약품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기록적인 의약품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위탁개발·제조(CDMO)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신약개발 부문을 분리하고 2032년까지 3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고 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개발 부문을 올해 말 설립될 삼성에피스홀딩스로 이전할 예정이다. 분사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암제와 백신을 포함한 CDMO 사업에 전념하게 된다.

분사의 주요 이유는 단일 회사 내에서 자체 약물 개발과 위탁 제조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고객사에게 이해충돌 우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CDMO 사업이 자체 개발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위탁 의약품 제조에 본격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서울 인근 인천에서 설립됐다. 삼성그룹은 생명공학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분할을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CDMO 시장의 급속한 확대다. 한국과학기술평가기획원은 CDMO 시장이 2023년 196억 달러에서 2029년 43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제조를 점점 더 아웃소싱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은 지난해 각각 1조 원(7억17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3건 수주했다. 2025년 1월에는 2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고객 명단에는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중 17개가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CDMO 시장에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조 2800억 원, 영업이익은 9% 증가한 4750억 원을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5조 원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4월 기준 5개 사업장의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 리터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삼성그룹은 2027년까지 5년간 생명공학 등 분야에 450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총 8개 공장을 건설해 총 생산능력을 132만 리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제약회사는 위탁제조 제품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 라인을 개설했고,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생산 공정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생명공학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내년 국가 예산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3490억 원을 투자하며, 이는 반도체(468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8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성장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CDMO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라이벌인 셀트리온은 지난해 CDMO에 본격 진출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에 신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유럽, 중국 기업들이 CDMO 산업을 주도해왔지만, 미·중 간 긴장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 주요 생명공학 회사와의 계약을 차단하는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 제정을 검토 중이어서 한국 기업들에게 대체 공급업체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전략적 전환이 글로벌 CDMO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 부문 분리로 고객사들의 신뢰를 높이고,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로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