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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5주기…'KH 유산'으로 남은 문화·의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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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5주기…'KH 유산'으로 남은 문화·의료의 길

24일 수원 선영서 유족·경영진 참석해 추도식
이재용 회장 "고인의 뜻, 사회와 함께 잇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이미지 확대보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24일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 엄수된다. 삼성그룹은 이날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23일 삼성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50여 명도 참석한다. 추도식 이후 이 회장과 관계사 사장단은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의 의미를 되새긴다.

5주기를 맞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KH 유산'의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족들은 2021년 선대회장의 유지를 기려 문화재·미술품 기증과 의료공헌을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수집한 2만3000여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에 7000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 원 등 총 1조 원을 기부했다.

고인의 기증품 가운데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 60여 점이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고려 천수관음 불화 '천수관음보살도' 등 고미술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 '황소'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 1488점이 소장됐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 이후 전국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 35차례 순회전을 열었고, 누적 관람객은 3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박물관 TOP 5에 포함됐다. 문화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은 국민이 고미술과 근대미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계기이자,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을 촉발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이 컬렉션은 오는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첫 해외 전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대영박물관 등으로 순회될 예정이다. 국내 거장들의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KH 유산'은 계속되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어린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은 사회의 사명"이라는 철학을 이어받아 3000억 원을 기부하고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전국 160여 개 의료기관의 1000여 명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환아 2만2000여 명이 지원을 받았다.

소아암 진단·치료, 희귀질환 조기진단, 환아 임상정보 공유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은 지난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에 직접 참석해 환아와 의료진을 격려했다.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을 위한 7000억 원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중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돼 150병상 규모의 첨단 의료시설이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 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의 백신·치료제 연구시설 확충에 쓰인다.

'KH 유산'은 사회 전반에 기부 선순환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인의 유족이 대규모 사회공헌을 단행한 이후 연예인과 기업의 기부가 잇따랐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은 10억 원, 가수 이승기는 20억 원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으며,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코젠바이오텍은 3년간 누적 2억5000만 원을 소아암 환자 지원에 후원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사람들의 일상에서 문화적 소양이 자라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리움미술관 설립과 문화재 보호, 인재 육성, 의료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5주기인 올해, 삼성은 선대회장이 남긴 '혁신과 나눔'의 유산을 통해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준비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이 남긴 뜻을 이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