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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한항공 이행강제금 94% 감경…시행령 충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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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한항공 이행강제금 94% 감경…시행령 충돌 논란

시행령은 감경 한도 ‘2분의 1’ 규정
고시 근거 대폭 감액 두고 법정 공방 가능성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시정조치 위반 사건에서 대한항공 이행강제금을 시행령상 산정액보다 94% 낮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이행강제금은 독점규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준으로 약 981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이 금액에서 앞서 40%를 감경한 뒤 다시 90%를 줄여 최종 부과액을 58억8000여만원으로 정했다. 최초 산정액의 약 6% 수준이다.

논란은 시행령 별표1이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에서 “산정된 이행강제금을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번 감경률은 단순 계산상 94%로 감경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데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는 시행령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정위 고시에 따라 과거 의결 사례 등을 검토해 심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고시는 ‘기업결합 관련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을 의미하며 해당 고시는 여러 시정조치 가운데 일부만 지키지 않은 경우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내용과 이행 노력, 기타 정황을 고려해 기준과 다른 금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고시가 시행령보다 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느냐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고시보다 상위 규범에 해당한다. 고시를 근거로 시행령상 감경 한도를 넘어선 처분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법정 판단이 갈릴 수 있다.

공정위 다른 관계자는 "고시가 시행령과 충돌하는지 여부나 제도 개편이 필요한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공급 좌석 수가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양사 결합을 승인하면서 2019년 대비 연도별 좌석 수를 90% 미만으로 줄이지 말라는 조건을 부과했다. 해당 노선의 공급 좌석 수가 기준에 못 미치자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총 64억6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11개 시정조치 중 1개만 위반한 점, 24개 노선 가운데 1개 노선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점, 대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 운항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점을 감액 사유로 봤다.

아시아나항공에는 기존 사건과 병합 심리했다면 이행강제금이 한 차례만 부과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5억8000여만원을 부과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감경 자체의 적정성뿐 아니라 공정위가 고시를 근거로 시행령상 기준을 넘어선 처분을 있는지가 소송 과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