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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봇 배터리 달 날은 언제...배터리가 마주한 세 가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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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봇 배터리 달 날은 언제...배터리가 마주한 세 가지 벽

배터리 품은 다빈치, 역할은 보조전원
본전원 전환엔 출력·인증·전력망 넘어야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공개한 5세대 수술로봇 ‘다빈치 5’ 시스템. 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이미지 확대보기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공개한 5세대 수술로봇 ‘다빈치 5’ 시스템. 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
수술로봇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대부분 병원 내 교류(AC) 전원에 플러그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는 정전 등 비상 상황에서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거나 장비 이동을 돕는 보조 전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업계가 로봇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로봇은 여전히 콘센트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전 대응용일 뿐, 본전원은 아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 시스템도 병원 내 전용 교류 전원에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다빈치 Si 사용자 매뉴얼에 따르면 수술자 콘솔, 환자 측 카트, 비전 카트 등 주요 구성품은 각각 전용 교류 전원 회로에 연결해야 한다.

다빈치 시스템에도 배터리가 2곳에 탑재돼 있다. 수술자 콘솔에는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최초 사용 전 최소 10시간 전원에 연결해 완전히 충전하고 평소에도 전원을 상시 연결해 둘 것을 매뉴얼은 권고한다. 환자 측 카트에도 별도 백업 배터리가 있다. AC 전원 연결 없이도 단독 모드로 구동·이동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매뉴얼은 가능하면 AC 전원에 연결해 백업 배터리 소모를 막으라고 안내한다. 이는 수술로봇의 배터리가 장시간 수술 구동용이라기보다 정전 대응과 장비 이동을 위한 보조 전원 성격에 가깝다는 뜻이다. 과거 다빈치 시스템 매뉴얼도 AC 전원 상실 시 배터리는 시스템 상태와 위치 정보를 유지하기 위한 용도라고 설명한다.

수술 로봇이 아직 ‘무선’으로 전환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전력 안정성이다. 수술로봇은 로봇팔 구동부와 영상 처리 장치, 제어 컴퓨터가 동시에 작동한다. 수술 도중 일순간이라도 전압 강하나 전원 차단이 발생하면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 장시간 안정된 출력이 필요한 만큼 배터리를 본전원으로 쓰기에는 부담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안전성과 인증이다. 의료기기는 일반 산업기기보다 전기안전, 전자파 적합성(EMC), 발열, 화재 위험성에 대한 깐깐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배터리를 본전원으로 넣으면 제품 설계와 인증 체계가 함께 바뀐다. 한번 허가 받은 의료기기 설계를 바꾸는 일도 쉽지 않다.

병원 전력망에 기댄 구조, 언제 바뀔까


세 번째 이유는 병원 전력망이다. 대형 병원 수술실은 이미 UPS와 비상 발전기 등 백업 전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빈치 Si 매뉴얼도 현장 정전 시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려면 백업 전원이 지원되는 벽면 콘센트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로봇 자체에 대용량 배터리를 싣기보다 병원 전력 인프라에 기대는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다.

병원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는 UPS가 이미 의료시설의 기본 전력 안정화 장치로 쓰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병원용 UPS가 일반 건물용 UPS와 기술상 크게 다른 시장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BBU 역시 의료기기 자체보다는 병원 내 전산 서버 등에서 제한돼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배터리 구동형 수술로봇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동형 수술 플랫폼, 재난·군 의료 환경, 소형 수술보조 로봇처럼 안정된 외부 전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와 고신뢰성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발전하면 일부 의료로봇부터 배터리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배터리 업계는 수술로봇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개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베어로보틱스 자율주행 로봇에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해 전시하는 등 서빙·물류 로봇용 배터리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6에서 현대위아의 자율이동로봇(AMR)에 탑재된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보이며 산업 현장용 로봇 배터리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아직 로봇용 배터리 개발은 산업·서비스·물류 로봇 중심이지만, 고출력·고신뢰성 기술이 축적될수록 적용 분야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도 전망을 밝게 본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초 인튜이티브서지컬의 2025년 매출이 전년보다 15% 늘어난 9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견실한 로봇수술 증가세를 바탕으로 수술도구 매출은 14%, 서비스 매출은 19%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다빈치5 신제품 효과로 수술로봇 매출은 14% 늘어난 22억 5000만 달러를 예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97억 8000만 달러로 높이고, 다빈치5 효과로 수술로봇 매출이 전년보다 18% 증가한 23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빈치5 판매는 상반기 327대로 이미 전년 판매 대수 362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배터리는 정전 대응과 장비 이동을 돕는 안전장치에 가깝지만 수술로봇이 소형화되고 이동형 의료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배터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로봇 전용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의료로봇은 배터리업계가 주목할 또 하나의 고부가 응용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