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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 패권 격화…독일 50억 유로 ‘세계 최대급’ 팹 가동에 한국 대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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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 패권 격화…독일 50억 유로 ‘세계 최대급’ 팹 가동에 한국 대안 있나

독일 드레스덴에 300mm 웨이퍼 기반 스마트 파워 팹 가동, 유럽 반도체 자립 승부수
인피니언, 독일 법원서 중국 이노사이언스 대상 GaN 특허 승소…양국 법원 상호 제재 보복전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나타난 글로벌 전력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은 전력반도체 자립이라는 승부수를 본격 부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나타난 글로벌 전력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은 전력반도체 자립이라는 승부수를 본격 부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나타난 글로벌 전력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은 전력반도체 자립이라는 승부수를 본격 부각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이하 인피니언)가 50억 유로(약 8조7400억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급 스마트 파워 팹을 조기 가동했다. 동시에 중국 이노사이언스와 펼친 갈륨나이트라이드(GaN) 특허전에서 첫 판정승을 거두며 시장 통제권을 강화했다. 기술 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과 독일 골렘 등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인피니언, 드레스덴에 300㎜ 스마트 파워 팹 조기 가동


인피니언은 독일 드레스덴 캠퍼스에 50억 유로를 투자해 조성한 스마트 파워 팹을 예정보다 수개월 앞당겨 가동했다. 이번 투자는 인피니언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드레스덴 공장은 300㎜ 웨이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인프라와 전력망,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에 필수 요소인 지능형 전력반도체와 아날로그·혼성신호 칩을 집중 생산한다. 회사 측은 이를 세계 최대 규모 제조 시설로 규정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유럽 반도체 주권 강화의 상징으로 꼽으며, 독일에서도 경쟁력 있는 칩 제조가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인피니언은 건설 전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장비 배치를 최적화했고, 공정 검증과 생산 계획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기존 생산라인보다 증설 속도를 두 배 높였다.

오스트리아 빌라흐 공장과 가상 네트워크로 연결해 신제품 검증 시간도 단축했다. 새 공장은 가스 없이 운영하며 사용 수량의 90%를 재활용하고 제조 에너지의 45%를 회수하는 친환경 설계가 특징이다.

독일과 중국 양국 법원, 상호 영업제한 조치로 소모전 돌입


유럽의 생산 기반 확대와 맞물려 미·중·유럽 기업 사이의 전력반도체 특허 분쟁은 독일과 중국 양국 법원에서 상호 제재가 발생하는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인피니언이 중국 이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인피니언의 핵심 특허(DE 102014113465 B4)를 인정하며 독일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노사이언스의 독일 내 특정 GaN 제품군을 대상으로 수입과 판매, 마케팅을 금지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노사이언스는 그동안 8인치 웨이퍼와 저가 전략을 앞세워 스마트폰 충전기 중심의 소비자 시장에서 세를 불리는 중국식 규모·가격 공세를 펼쳐왔다.
인피니언이 8억3000만 달러(약 1조2600억 원)에 인수한 GaN 시스템즈와 30억 달러(약 4조5800억 원)에 사들인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 특허 자산을 위협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결과다.

반면 이노사이언스도 중국 쑤저우 법원에 인피니언을 맞제소해 중국 내 인피니언 제품 판매 금지 결정을 받아내는 등 양측 모두 상대 나라에서 영업 제한을 감수하는 양방향 보복전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 전자전에서는 이노사이언스의 요구로 인피니언 칩이 전시장 부스에서 철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반도체 시장 구조적 성장세 진입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급증과 재생에너지, 전기차 확산 등 에너지 전환 흐름을 타고 높은 성장기에 진입했다. 서버와 통신 기지국용 고성능 전력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프라 전반을 축으로 한 패권 경쟁이 격렬해지는 흐름이다.

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분야에 생태계 역량이 집중돼 있어 전력·화합물 반도체의 밸류체인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입지 전략이 전력반도체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점에서 관련 공급망의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국내 생태계가 완전히 공백 상태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공정과 고부가가치 파운드리 역량 확보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LX세미콘과 한미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팹리스 기업들도 자체 설계 인력과 패키징(반도체 조립·포장) 역량을 키우며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시장에는 어보브반도체·SK실트론·DB하이텍 등 더 다양한 기업들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핵심 연합군을 이루며 대안의 씨앗을 함께 뿌리는 중이다. 정부와 출연 연구기관 역시 오는 2028년까지 1385억 원을 투자하는 전력·화합물 반도체 주권 확보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중기·장기 한국형 옵션으로 메모리 편중 탈피해야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가질 수 있는 단기 대안은 기존 디스크리트·모스펫(MOSFET)·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라인의 효율을 개선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고효율 전원 모듈 시장에 국내 IDM과 파운드리가 참여하는 조치다.

중기 관점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인치 GaN 공정 구축과 차세대 양산 시점을 앞당겨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장기 과제로는 유럽이 선보인 친환경·무가스·에너지 회수형 전력반도체 팹의 공정 노하우를 쌓기 위해 공정과 인력, 장비를 패키지로 묶은 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필수다. 메모리 초격차를 지키면서도 전력반도체 2막을 열 수 있느냐가 한국 반도체 전략의 새로운 시험대다.

앞으로 전력 인프라와 자동차·데이터센터 시장의 주도권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드레스덴 스마트 파워 팹의 가동률과 수율 안정화 속도다. 300㎜ 전력반도체 증설이 실제 공급 부족을 얼마나 완화하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중국 법원의 인피니언 제재가 유럽 기업의 아시아 매출에 미치는 타격과 독일 판결이 이노사이언스의 유럽 입지에 주는 제약이다. 셋째, 한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화합물반도체 양산 시점과 중소 전력반도체 팹·장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금융 그리고 인력 지원 규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