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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부총리가 국민과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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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부총리가 국민과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장면 1. 지난달 14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강연에서 수많은 기업인들 앞에서 올해 경제정책방향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국가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왔는데 경제 흐름에 민감한 기업인들이 질문하려 하지 않았다.

#장면 2.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발표 현장. 당초 시나리오는 ‘대통령 모두발언 후 부총리 브리핑’이었지만 대통령이 41분에 걸쳐 직접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났다. 예상 밖 상황에 청와대가 “대통령이 애초부터 담화문 형태로 할 생각이었다”며 궁색한 진화에 나섰지만 3개년 계획 작성을 주도한 ‘현오석표 초안’을 청와대가 마뜩치 않아 했다는 소문은 꺼지지 않는다.
#장면 3.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 주최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장. 현 부총리가 예고없이 마이크를 잡았고 이튿날 금융위원회 소관 가계부채 대책 브리핑장에도 그가 불쑥 나타나 발표를 진행했다.

장면 1, 2를 관통하는 단어는 ‘불신’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경제 수장을 믿지 않고 든든한 후원군이어야 할 기업인들이 그와 그의 경제팀을 믿지 않는다. 국민에게 각인된 현 부총리의 지금 모습은 ‘능력과 소신 없이 물러터진 고위 관료’일 뿐이다.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그는 본인과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불식하는 데만 몰두했다.

되돌아보면 임명 초기부터 지적이 많았다. 리더십 문제는 예견된 일이다.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의원들도 무소신, 무능력, 무책임, 무리더십 등 4무라며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창조경제의 내용이 무엇이고 경제활성화나 경제민주화와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부총리가 대신해야 하지만 기대난망이었다. 정책 부작용을 따져보지 않고 대통령 눈치만 보고 그렇다고 그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니 정책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국민들이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의 1년간 경질론이 숱하게 나왔음에도 그때마다 살아남았다. 심지어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때는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말로 성난 국민들 가슴에 대못까지 박았지만 대통령은 ‘옐로카드’만 들어보였을 뿐 재신임했다.

더 이상 과거를 말할 일은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구상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할 적임자인가? 대통령에게 소신을 피력해가며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맞춰갈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리더인가? 그는 컨트롤타워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경제 부총리제가 부활된 이유가 무엇인가? 상충되는 정책목표를 조화시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경제 주체들이 믿고 따라오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부총리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행보도 청와대의 정책 기조 변화를 따라간 것에 불과하다. 경제 수장에 대한 불신은 결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 문제와 이어진다. 지난 6년의 저성장 기조 속에 임금은 제자리인 가운데 자산가치는 줄고 생활비는 올라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수장이 나서서 불신을 없애고, 예측 가능하도록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경제 상황은 어려워진다.국민들 마음을 헤아리고, 이를 잘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현 경제팀은 이것을 못했다.
평가는 이미 끝났다. 여권에서조차 존재감 없는 식물장관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애쓰면서 장면 3을 연출할 이유는 전혀 없다. 경기가 좋지 않고 재정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데 도대체 불신받는, 신임하지 않는 경제팀을 정부가, 국민이 끌고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임명권자의 지시 없는 사퇴는 없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다. 현오석 경제팀의 자발적인 사퇴를 요구한다. 그게 자신을 위해서, 대통령을 위해서,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서 좋다.

김종길 산업/증권금융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