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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브라질에서 찾는 농산물 가격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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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브라질에서 찾는 농산물 가격 향방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10월 중순이 시작됐다. 북반구에서는 농산물 수확이 한창이지만 적도 반대편인 남반구는 이제 봄이다. 일반적인 계절별 작물 생장 과정을 고려할 때 내년 초까지 국제 농산물 가격을 좌우할 곳은 남반구다.

남반구 중에서도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은 농산물 가격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농산물 수출국 1위는 단연 미국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오렌지, 커피, 원당 생산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두는 미국의 뒤를 이어 2위 생산국이나 전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수출 기준으로는 전 세계 물량의 40%를 점유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옥수수 역시 생산 비중은 8%에 그치지만 수출 비중은 20%를 상회한다. 주요 농산물 생산 및 수출에서 브라질보다 순위가 앞서는 미국, 중국, 유럽은 모두 북반구에 위치한다. 남반구로 한정할 경우 브라질이 주요 농산물 공급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독보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브라질과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변수는 세 가지다. 먼저 엘니뇨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시작된 엘니뇨는 최근 그 힘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엘니뇨 발생으로 지금부터 내년 2월까지 태평양 연안 지역의 온도가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의 경우 주요 농산물 생산지인 중남부가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 있다.
고온과 과도한 강수량 등으로 작황이 악화될 경우 관련 농산물 가격 오름세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5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의 영향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실제 브라질의 주요 농산물 생산량 추이를 살펴보면 엘니뇨의 영향은 제한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당과 대두의 경우 1995년 이후 5번의 엘니뇨 발생 연도에도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옥수수는 5번 중 2번만 생산이 줄었고, 오렌지와 커피의 경우 2년을 주기로 생산량 증감이 반복돼 엘니뇨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 방향성 역시 다소 엇갈린다. 옥수수와 대두 등 수요가 큰 곡물의 경우 5번의 엘니뇨 시기 중 2번만 가격이 올랐다. 오렌지주스와 커피, 원당 등 브라질 생산 비중이 절대적인 기호식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브라질 정부의 재정 긴축 노력이다. 1990년대 이후 브라질의 주요 농산물 생산량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빈곤퇴치 노력의 일환으로 전개됐던 농업 현대화 과정에서 농업부문에 대한 저금리 대출, 비료 지원, 기술 및 장비 현대화, 연구개발 확대, 무역 자유화 등이 맞물리며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원자재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던 브라질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 재정여건까지 악화돼 신용등급 강등 및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고조되자 정부는 재정 긴축 방안 중 하나로 농업 관련 보조금 축소를 들고 나왔다.

생산 관련 적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헤알화 약세 영향까지 가세하며 농기계 수입 감소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추세적 농산물 생산량 확대를 가능케 한 근본적 배경이었던 만큼 보조금 지급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변수는 헤알화다. 헤알/달러 환율은 9월 중 사상 최고치인 4.2헤알까지 상승했다. 대내적으로 경기 둔화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쳐 헤알화는 올해 중에만 30% 이상 절하됐다. 헤알화 약세는 브라질의 수출 단가가 달러 기준으로 하락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에 미국의 상품거래소에서 달러 기준으로 형성되는 주요 농산물 가격 역시 하락 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브라질 생산 비중이 높은 원당, 커피 가격과 헤알화 가치 간의 상관계수는 0.6을 상회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해 헤알화 가치가 단기간 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브라질산 주요 농산물 가격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이 예상된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