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지난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D백스가 기적을 낳았다’는 김병현(BK) 선수의 활약상과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열광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1998년부터 그해까지 월드시리즈 3연패 신화를 일궈낸 토레 감독이 이끄는 전통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즈를 상대로 신예 ‘밥 브렌리 감독'이 지휘하는 다이아몬드 백스가 사상 최단기간인 창단 4년 만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것이다. 정상에 오른 7차전에서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피닉스의 뱅크원 볼파크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장내의 4만8500여 관중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모두가 자리를 뜨지 않고 장시간 기립박수와 축하폭죽이 하늘에 퍼지면서 우승을 축하하는 장면들이 감동적으로 연출되었다.
김병현(BK) 선수는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역대 최강의 원투 펀치의 소유자인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에 비해서는 ‘풋내기선수'였다. 그러나 당시 3년 전 진출한 신인이라는 선입관이 무색할 정도로 대담한 피칭에서 한국 청년의 기상이 있었다. BK는 통산 26차례나 권좌에 올랐고 사상 세 번째 월드시리즈 4연패를 꿈꾸는 거대군단 양키즈를 상대로 독이 오른 새끼 방울뱀처럼 홈그라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다'라는 BK의 말처럼, 시합 결과는 참담하게 끝났다. BK는 4차전과 5차전에서 팀의 리더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과 역전 홈런을 맞으면서 패전투수로 내려와 울음을 삼켰다. 그러나 랜디 존슨과 ‘브렌리 감독’을 중심으로 팀 내 모든 동료들이 BK를 옹호하며 용기를 북돋워 준 스포츠맨십과 팀워크와 동료들의 분위기에서 큰 시합의 아픈 경험이 큰 경기에서 성숙되는 게기가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리 구단처럼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애리조나 팬들이 홈에서 벌어진 6차전과 마지막 7차전에서 ‘오늘 승리는 BK를 위한 것(This win is for Kim)'이라는 격문과 ‘우리는 괜찮아, BK(We'll Be OK, Kim)'라며 플래카드를 내걸고 끊임없는 신뢰를 보인 것도 22살 약관에 구원투수로서 내셔널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98이닝에서 19세이브를 올린 BK의 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BK는 7차전을 앞두고 새롭게 성장하는 단면을 보여줬다. “투수가 혼자만 잘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으나 이번 시리즈에서 이겨도 ‘우리'가 이기는 것이고, 져도 ‘우리'가 지는 것이다”라는 ‘단체운동의 미학을 깨달았다’고 고백한 것이 기억난다.
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