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도 고위직일수록 군집성이 강하다. 주중에는 업무와 회식으로, 주말에는 운동과 경조사 참석으로 수많은 사람이 모인다. 인맥의 황금어장으로 막강한 군집력(群集力)을 자랑한다. 하지만 선배의 사례에서 보듯 현역 시절 그 많던 밀물인맥이 일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군집력을 버리고 고독력(孤獨力)을 미리 키워야 할 이유다.
인류 최초로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외로움(loneliness)은 당연한 트렌드이자 숙명이다. 단지 우리는 지금까지 외롭지 않은 척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폭탄주를 돌리고 산악회와 동문회를 찾아다니며 저항을 해 왔을 뿐이다.
노테크 전문가 김정운씨는 최근 경험담을 모아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펴내고 “외로움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받아 들여라. 바쁨, 인맥과 성공을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라”라고 충고한다. 그는 더 나아가 “대학마다 만드는 ‘최고위 과정’, 지천에 쏟아지는 자기계발서에서 반복되는 ‘혼자 밥 먹지 마라’는 조언도 사실 외로움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라며 “삶에 재미가 없고 화젯거리가 없다 보니 공통의 소재를 찾아 건배사를 만들고 키득거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고독력은 은퇴 후 사망할 때까지 약 10만 시간이란 바다를 혼자 헤엄쳐 나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즉 고독력은 한 마디로 외로움을 이겨내는 창조적인 힘이다. 고독력이 떨어지면 고독사할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후반전 인생의 성공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과거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를 버리고 ‘웰다운’ 해야 한다. 아플 땐 숨기지 말고 아프다고 ‘악’소리도 질러라. 끝없이 추락한 후라야 재도약의 기회가 온다. 환골탈태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솔개의 수명은 70년이다. 40년 살고 나면 부리는 두꺼워지고 발톱은 무디어지며 날개는 동력을 잃는다. 이때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그냥 굶어죽는다. 고통스러운 변신을 결심한 솔개는 높은 산 정상 바위에 부리를 스스로 쪼아 피를 흘리며 뽑고, 새로 돋아난 부리로 이번에는 발톱과 날개의 깃털도 모조리 뽑아버린다. 뼈를 깎는 고통의 6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부리, 발톱과 깃털이 완벽하게 갖추어 진다. 새로 태어난 솔개는 사냥을 할 수 있게 되며 나머지 30년을 살아가게 된다. 인생 100세 ‘호모 헌드레드’시대다. 늘 모여 다니면서 “우리가 남이냐”하고 외치면서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더 외로워야 덜 외로워지는 역설의 시대에 살아남을 길은 철저히 고독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