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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숙박업의 진화사…여인숙→모텔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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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숙박업의 진화사…여인숙→모텔로 '환골탈태'


최근 들어 모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모텔이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숙박 공간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야놀자로 대표되는 숙박업 O2O 서비스와 ‘호텔야자’, ‘호텔얌’ 등 중소형 숙박 프랜차이즈의 확대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모텔은 이미 숙박 시설을 넘어 대학가의 공부방, 파티 장소 등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데이트 고객의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 고객, 가족 여행객, 해외 방문객의 이용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모텔의 시설과 서비스가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 내용이 O2O 서비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많은 모텔들이 부대시설과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특급호텔 이상의 객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야놀자가 본 모텔 트렌드의 변화' 첫 회에서는 모텔이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어떠한 위기와 기회를 겪으며 성장해왔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호텔야자 연신내역점 복도 리모델링 전(좌) 후(우)이미지 확대보기
호텔야자 연신내역점 복도 리모델링 전(좌) 후(우)
1세대 중소형 숙박: 장, 여관, 여인숙
1세대 중소형 숙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 ‘여관’, ‘여인숙’은 70년대의 대표적인 숙박시설이었다. 이런 시설들은 대부분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했고, 2~3평 남짓의 작은 객실을 운영했다. 이는 당시 숙박시설의 이용 목적이 잠자는 곳으로만 한정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여가의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 못한 시대였기에 객실의 시설은 간소했으며, 운영 규모 또한 초라했다. 이러한 전통 아닌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여관과 여인숙은 가장 싸고, 가장 낙후된 숙박 시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세대 중소형 숙박: 파크텔
더디게 발전하던 숙박업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을 대비해 관광객을 위한 숙박 시설의 고급화를 유도했다. 정책적으로 장기 저금리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많은 숙박시설이 새롭게 생겨났다. 신축 숙박 업체들은 여관과는 달리 3~5평대로 넓어진 객실을 제공했으며, 공용 욕실 대신 객실 안에 개별 욕실을 구성했다. 이른바 ‘파크텔’이 탄생한 것이다. ‘그린파크’, ‘대화파크’처럼 지금도 익숙한 이름들이 바로 당시에 생겨난 숙박 시설들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텔의 절반은 이러한 ‘파크텔’ 붐을 통해 생겨났다.

2세대 중소형 숙박인 파크텔은 운영면에서 1세대 업체들과 차이점이 있다. 이른바 ‘대실’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80년대는 3저현상(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덕분에 경제뿐만 아니라 유흥 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여파로 부적절한 관계를 즐기려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업체들이 짧은 시간 동안 객실을 대여해주는 대실 위주의 영업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변형된 형태의 파크텔을 가리키는 명칭이 바로 ‘러브호텔’이다.
2세대 중소형 숙박시장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퇴폐적인 운영 형태를 보인다.

호텔야자 연신내역점 리모델링 전 객실(좌) 리모델링 후 객실(우)이미지 확대보기
호텔야자 연신내역점 리모델링 전 객실(좌) 리모델링 후 객실(우)
일본에서 성황이던 러브호텔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이런 시설들은 현수막을 통해 ‘번호판 가림 서비스 제공’을 홍보에 내세우는 등 더욱 노골적인 영업을 한다.
이런 러브호텔들은 유동 고객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화려하고 이국적인 외관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주로 이슬람 모스크 양식을 연상시키는 돔과 탑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중세 성곽의 느낌으로 외관을 꾸민 경우가 많았다. 건물을 뒤덮는 화려한 조명도 유행했는데 이는 훗날 도심 빛 공해의 주범으로 지탄받게 된다. 이처럼 외관에 집중된 시설투자는 1회성 방문 고객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했던 경제 호황의 시대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3세대 중소형 숙박: 모텔
러브호텔은 준농림지의 개발까지 허용되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산과 들, 해안가를 거쳐 주택가까지 파고들며 한동안 호황을 누렸지만 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유흥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자연스레 타격을 입는다. 특히 정부의 무리한 규제 완화 정책으로 러브호텔이 주택가까지 스며든 것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전국적인 ‘러브호텔 반대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위기도 잠시 2002년 월드컵 유치가 확정되며 중소형 숙박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정부는 부족한 숙박시설을 늘리고 시설 고급화를 유도하기 위해 또다시 시설자금에 대한 저리 융자를 지원한다. 이때 생겨난 3세대 중소형 숙박 시설들이 현재의 모텔이다. 2000년대를 전후하여 6~8평형 대의 객실을 보유한 모텔이 활발하게 개발되는데, 시설 투자 경쟁을 통해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와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모텔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모텔로 통칭되는 중소형 숙박 시설의 탄생 과정을 시대적인 맥락 속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다음 연재에선 더욱 상세한 시설 발전의 사례와 운영 방식의 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2016년 현재 모텔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숙박업 형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텔은 전국에 3만 개 업체, 객실 수로는 90만 객실 이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14조 4천억 원으로 3조 6천억 원의 시장규모를 갖는 특급/관광호텔(총 개수 1천여 개, 객실 수 13만 개)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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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F&G 지정석 대표
모텔은 이처럼 대한민국 숙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표성을 가진 숙박시설로 인정받기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과거 잘못된 운영방식과 위생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고객들의 인식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본 연재를 통해 성장하는 중소형 숙박업의 모습을 알리고,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성숙한 숙박문화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야놀자 F&G 지정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