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뒤늦게 시작한 숲해설가 공부를 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꽃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였지만 숲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기초를 단단히 해두고픈 욕심이 생겨 시작한 일이다. 숲해설가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 일주일에 세 번 강의를 들으러 남산자락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오간다. 쉬는 시간에 남산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만났다. 그저 꽃망울이나 부풀고 있으려니 했는데 이상기후 때문인지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
이미지 확대보기한수 이북에 자리한 내 고향의 봄은 언제나 진달래와 함께 시작되곤 했다. 남쪽에서는 매화가 피었느니, 산수유가 흐드러졌느니 한참 수선을 피워도 내 고향의 산천은 겨울 빛을 간직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응달진 산자락에 진달래가 한두 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싶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산이 진달래 빛으로 불타오르곤 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 나뭇짐 위에 꽂혀 있던 진달래는 내 기억 속 아련한 추억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우리 산천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진달래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잎 지는 떨기나무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그렇듯이 잎이 피기 전 가지 끝에 연분홍 꽃송이들이 3~6개씩 모여 피어난다. 얼핏 보면 꽃이 갈라져 다섯 장의 꽃잎처럼 보이지만 밑 부분이 한데 붙어 있는 통꽃이다. 수술은 10개이고 암술은 1개로 수술보다 훨씬 길다. 키는 기껏해야 2∼3m 정도로 자라고 줄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철쭉과는 달리 타원형의 바소꼴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정한의 정서가 가슴 깊이 각인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진달래는 어쩔 수 없는 우리 꽃이다. 특히나 나같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누이 같은 정겨운 꽃이요. 어머니처럼 바라보면 눈물이 핑 도는 그리움의 꽃이다. 보릿고개의 허기를 달래려 산을 오르내리며 진달래꽃을 따 먹었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무연히 바라볼 수 없는 추억의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꽃을 참꽃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은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는 반면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속 중에 화전놀이라는 게 있다. 진달래꽃 만발한 삼월 삼짓날, 부녀자들이 생기 충만한 야외로 나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봄을 즐기는 놀이였다. 진달래는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꽃잎을 따서 술을 담가 먹기도 했는데 그 술이 두견주다.
이미지 확대보기진달래의 또 다른 이름은 두견화인데 여기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중국의 촉나라 망제 두우가 전쟁에 패하고 나라를 잃고 죽어 두견새가 되었는데, 이 새가 봄이 오면 나라를 잃은 것이 원통하여 피눈물을 흘리며 산천을 날아다니는데, 이 눈물이 꽃으로 핀 것이 진달래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과 함께 하며 봄마다 우리의 산천을 곱게 수놓던 진달래가 숲이 우거지면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래도 진달래꽃 피는 봄은 쭈욱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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