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가수 정난이가 불러 국민적 화제로 떠오른 가요 ‘제 7광구’의 첫 부분이다. 국민들을 산유국의 꿈에 부풀게 만든 그녀는 스타덤에 올랐다. 2011년 하지원·안성기 주연의 SF영화 ‘7광구’가 등장하면서 다시금 희미했던 산유국의 꿈을 일깨웠다. 제 7광구 석유 시추선을 괴물이 공격한다는 내용으로 200만 관객동원에 성공했다. 자원외교를 내세우던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제 7광구’가 최근 불거진 한일 외교·무역 분쟁 속에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에서 이어도 남쪽으로 향한 남한 면적의 80%쯤 되는 해역이다. 오는 2028년 한일 공동개발 시한이 만료되면 일본 영해로 들어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또다른 분쟁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 영해로 선언한 후 양국이 공동 개발에 합의했지만 일본의 거부로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에서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이른바 유전탐사데이터 해석 소프트웨어(SW) 상용화 발표회였다. 유전 탐사 데이터, 즉 탐사선을 통해 해저에 쏜 후 반사된 음파 데이터로 실제와 거의 똑같은 유전 지질도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SW와 슈퍼컴퓨팅 기술을 개가다. 전 세계 그 어느 석유메이저보다 빠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슈퍼컴퓨팅 자원이 부가되면 해석시간은 더 빨라진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자원외교 파탄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해외 유전의 낮은 경제성’ 문제를 풀 열쇠가 등장한 셈이다. 무턱대고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는데 ‘파보니 아니더라’는 식의 과거 실패사례는 더 이상 없다는 의미다. 미리 유전 탐사데이터를 해석한 ‘답’(석유 매장 지질도)을 보고 개발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원전이 멈춰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에너지 공기업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00억 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과 풍력에 2조 5000억원을 썼다고 한다. 이 발전방식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 극히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원전이 싫고 친환경은 답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주변의 유망한 해저유전을 독자 탐사·해석해 채굴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 직 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억16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다.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석유에 셰일석유까지 나오자 국제전략조차 바꿀 정도로 변했다. 막강한 에너지의 힘이다. 김정은이 중단거리 방사포와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는 것도 북한 서해안 대륙붕 유전 잠재력을 믿고 그러는지도 모른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