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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K-Food로서의 진세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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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K-Food로서의 진세노사이드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K-팝, K-컬처, K-뮤비, K-드라마에 이어 K-푸드까지 온갖 한국적인 것들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21세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000년 전부터 K-푸드로 세계인들이 찾았던 식품이 있었으니 바로 인삼이다. 고려 인삼의 효과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동지방까지도 알려진 세계적으로 이름난 식품이었다. 이런 인기 있는 한국의 인삼에 도전을 내걸고 중국 대학에서는 고려인삼에 관한 논문 편수의 수십 배나 많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고려인삼이라는 말보다는 아시아 인삼이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고려인삼에 대한 중요도를 희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마켓 쉐어 면에서도 고려인삼보다도 중화인삼의 유통이 훨씬 많은 편이다. 고려인삼은 점차 그 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염려된다.
7년 전 고려인삼 종자를 무분별하게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이 터진 적이 있다. 그 옛날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에 목화를 소개한 것처럼 중국인들이 고려인삼의 종자를 몰래 가지고 갔는데 자그마치 500t이나 될 정도로 많은 양을 가져갔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고려인삼 종자가 부족할 정도였다. 이들은 이 많은 양을 가지고 가서 한국과 기후조건이 유사하면서 토지의 성분도 유사한 지역을 찾아 재배하기에 이르렀다. 6년근 삼을 수확할 때가 되어 수확하였는데 이게 웬일인가!

고려 인삼과 유사한 효능을 가진 인삼을 얻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러하지가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인삼의 품질은 약효효능이 있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에 의해 좌우된다. 이것은 당성분과 매우 단단하게 결합하고 있어 인삼을 먹어도 유용한 성분인 진세노사이드를 소화분해 시키지 못하고 배설되는 경우가 많다. 약효 효능도 높일 목적으로 9번 증자와 건조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홍삼에는 상대적으로 진세노사이드가 많아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인삼에는 진세노사이드가 36가지가 있는데 재배방식, 토양, 기후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진세노사이드가 만들어지며 모두가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으로 Rb1, Rg1, Rg3, Compound K 등이 효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인삼에는 이런 좋은 효능을 가진 진세노사이드가 매우 적은 데 반하여 고려인삼에는 효능이 높은 진세노사이드가 비교적 많아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중국으로 가져간 고려인삼 종자들을 키워 중화인삼 대신에 고려인삼을 자신들이 팔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토지의 지력이 떨어지고 적절한 강우량과 일조량 그리고 습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에선 한술 더 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잔뿌리 미삼을 가져다가 중요한 진세노사이드를 분리 정제하여 고려인삼이라는 미명아래 수백 배 이상의 가격으로 돈을 벌고 있다. 우리의 분리 정제기술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상품성이 없다고 여겨온 인삼잎이나 줄기, 꽃 등에서 매우 유용한 진세노사이드를 분리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암치료용 제약제품이나 피부노화를 억제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화장품, 면역력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되었다.

다시금 K-푸드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게 되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건강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상징으로 K-푸드가 제 역할을 하는데 있어 인삼의 효능이 좋은 진세노사이드도 그 역할을 확대하는 데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