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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닭 3만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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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닭 3만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까?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2만원으로 오른지 얼마나 됐다고. 이젠 맘편히 먹지도 못하게 생겼어요."
다름 아닌 '치느님'으로 불리는 국민간식 치킨값 얘기다. 치킨값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이다.

윤 회장은 지난 24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치킨값은 3만원 정도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방송 진행자가 '1닭 2만원 시대'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진행자는 아마도 '1닭 2만원'이 비싸다는 생각에 던진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진행자의 의도에는 아랑곳 없이 금기(?)의 단어인 '1닭 3만원'을 꺼내 들었다.

제너시스BBQ 측은 치킨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노력과 수고가 정말 많이 들어가는 데 현재 가격 구조에서는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소상공인을 고려한 윤 회장의 발언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치킨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2만원을 넘어선 건 불과 1년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1닭 2만원 시대'를 앞장 서서 연 게 BBQ라는 점에서 시선이 더 곱지 않다.

타이밍도 아쉽다. BBQ는 얼마전 끝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황금올리브치킨'을 언급하며 매출 상승이라는 호재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현재 치킨 가격에서 배달 앱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쟁점주들이 가져가야 할 이윤의 상당 부분을 배달 앱이 가로채 가고 있어 이를 지적한 발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불과 보름전인 이달 1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떠올랐다. 공정위는 치킨·닭볶음탕 등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무려 12년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당시 육계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하림 등 16개 사업자가 조직적으로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1758억에 달하는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게다가 법 위반을 주도한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조치도 취했다. 특히 이들은 생산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4년간 총 3000만 마리가 넘는 병아리를 살처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윤 회장의 '1닭 3만원'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배달 앱의 횡포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치킨값 인상 요인은 많다.

문제는 원가절감 노력을 제대로 했느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치킨값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육계 공급업자가 한두해도 아니고 무려 12년 동안 가격을 담합하는 동안 이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내 치킨업계의 선두주자인 BBQ는 이른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치킨값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기에 앞서 충분히 가격방어를 할 여지가 있다.

또 배달 앱이 15%라는 막대한 이윤을 가져간다면 이를 개선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배달 앱과의 일전(一戰)을 불사하더라도 말이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우려되면 이를 피해갈 노력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가맹점주의 이익이 걱정돼서 한 말이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반드시 구매토록 하는 각종 파우더, 기름, 소스 등을 '필수 물품' 가격을 낮출 고민도 먼저 해야 한다.

'1닭 3만원'은 그러고 나서도 조심스럽게 꺼내야할 말이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치킨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사상 최대인 5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더 빨리, 더 쉽게 돈을 벌고 싶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된다. '치느님'을 향한 소비자들의 인내심도 '1닭 3만원' 앞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


석남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