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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 아닌 은행이 우대받는 '우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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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 아닌 은행이 우대받는 '우대금리'

금융증권부 신민호 기자
금융증권부 신민호 기자
지난해 필자의 지인은 최고 10% 금리를 제공하는 한 적금에 가입했다. 그러나 해당 적금의 10% 금리 중 8.2%는 우대금리였으며, 최고금리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지정된 신용카드로 수 백만원의 이용 실적을 채워야 했다. 아울러 6개월 이상 자동이체 실적과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도 필요했다. 심지어 문자 및 푸시 알림 등의 귀찮음도 감수해야 했다. 결국 그는 최고금리를 위한 조건 채우기 일부는 포기했다. 해당 적금의 만기시 적용 금리는 6.5%에 불과했다.

우대금리는 차주의 이용실적이나 신용등급, 상환능력 등에 따라 대출이나 예적금에 적용하는 금리혜택이다. 대상을 특별히 잘 대우해준다는 '우대'라는 단어처럼 우대금리 적용 여부에 따라 금리혜택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우대금리라는 말 그대로 '우대 받는다'는 기분 보다 금융사에게 깊이 머리 숙여서 간신히 금전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서 언급된 지인 역시 고금리 혜택에 혹해 해당 적금에 가입했지만, 필요도 없는 신용카드를 발급 받고 백만원 넘게 이용해야만 했다. 또한 가입금액도 최대 20만원에 불과해 실질적 이자혜택도 매우 적었다. 실제로 10%의 고금리를 적용해도 최종 이자는 세후 11만원 가량에 불과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출시된 특판 예적금 225만좌 고객에 지급된 이자는 만기 기준 최고 금리의 78%에 불과했다. 특히 제휴상품 관련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고객은 7.7% 뿐이다. 지급 요건 충족이 어렵고 생각보다 이자 혜택도 많지 않자 소비자들 스스로가 우대금리 혜택 조건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지레 포기해버렸다.

나아가 우대금리를 내세운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이 만기를 조건으로 내세운다. 단연, 중도해지 시 우대금리를 적용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부 상품의 경우 중도해지 시 페널티가 적용되는 독소 조항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조항은 유독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보니 고객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우대 금리라는 단어마저도 고객 기만의 다른 형태로 인식 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출범한 토스뱅크가 '조건 없이 2%' 혜택을 내세우며, 출범 9개월 만에 가입 고객 360만명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인터넷은행에 입지를 빼앗기자 '기울어진 운동장'만 부르짖는 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말 뿐인 '고객 우선' 대신 관행적 영업 환경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