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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횡령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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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횡령 대회

금융증권부 이도희 기자
금융증권부 이도희 기자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 횡령건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KB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메리츠운용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에서 발생된 일이다. 올 들어 10건이 넘는 횡령사건이 발생했고, 그 피해액만 해도 수백억에 달한다.

우스갯소리로 인터넷엔 '천하제일 횡령 대회'라는 제목의 풍자 글까지 등장했다. 네티즌들이 횡령 금액이 큰 순서대로 순위를 매겼는데 횡령대회 1위는 2215억원을 기록한 오스템 임플란트에 돌아갔다. 이어 우리은행이 614억원으로 2위, 계양전기가 245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금융권의 최근 5년간의 횡령사고를 추적해 보면,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횡령한 임직원은 174명으로 집계됐다. 횡령액은 총 1091억8260만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91명, 횡령 규모는 808억3410만원에 달했다.

금융업계는 금융권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일침이다. 해법은 역시나 '내부통제 강화'다. 내부통제제도를 잘 만들면 개인 일탈 가능성이 줄어든다. 실제 오류나 일탈이 있어도 자체적으로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를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금융회사들이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횡령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횡령 수법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지만 정작 금융회사들은 주먹구구식 감시 시스템으로 내부통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횡령 사건의 위중함이나 횡령 금액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도 경각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으로 '금융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이복현 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이 원장이 재임 기간 동안 특수부 검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사고 근절을 위해 어떤 해결 방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