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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기는 기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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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기는 기업'의 조건

'싸움'이라는 건 당사자들에게는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이종격투기가 인기 스포츠인 이유도 결국 '싸움 구경'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실력을 지닌 둘 이상의 개체가 경쟁하고 그 가운데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일은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 간의 경쟁은 단순히 재미있는 것 외에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기업 간의 경쟁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존재는 소비자다. 이 게임에서 소비자는 심판이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승자로 인정받기 위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제품의 질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광고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물고 물리는 경쟁 관계였다.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고화질에 오래 쓸 수 있는 TV였고 이를 위해 두 회사는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TV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명품이 됐다.

기업 간 경쟁이 마냥 긍정적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이 경쟁은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승부로 치닫기도 한다. 업종이 다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정 싸움이 그렇다. 좀 더 확장하자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통신사의 망 사용료 갈등이 그렇다.

이 싸움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승부를 위해 더 양질의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그저 지는 쪽이 소비자를 더 불편하게 할 거라는 불안만 생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어느 쪽도 응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소비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을 응원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소비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응원한다. 이런 기조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도, 통신사에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더 사랑 받는 기업이 싸움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가끔 이러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