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CA 시대에는 한 명의 리더가 미래를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한 명의 리더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 명의 리더가 모든 지식, 기술 및 능력을 소유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리더가 정보를 독점했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구성원들이 업무의 최신 정보와 지식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 구성원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공유 리더십을 적용한 대표적인 기업은 등산복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다.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는 1959년 듀폰을 퇴사한 빌 고어가 부인 비브 고어와 함께 창업한 회사로, 1969년 밥 고어가 등산복 원단으로 알려진 고어텍스를 개발하면서 유명해졌다. 명함에 직책 대신 ‘어소시에이츠’라고 표기할 만큼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수평적인 동료라는 의식이 강하다. 이 회사는 CEO 선출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전임 CEO가 물러날 때 이사회가 전 직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CEO를 임명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어소시에이츠’라 불리는 동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창업 때부터 계층이 존재하지 않는 ‘격자(lattice)’ 조직을 구축하고 모든 직원이 공유 리더십을 발휘한다. 소규모 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팔로어십에 기반한 리더를 선정하게 된다. 팔로어십은 동료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격자형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통해 모든 팀원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며,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다. 고어는 리더를 지원하는 ‘스폰서’ 제도도 운용한다. 스폰서는 상사가 아닌 멘토로서 동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고어는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격리와 단절을 경험했다. 이러한 아픔은 연결과 공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공유 리더십은 구성원의 연결과 공유를 통해 ‘리더리스(Leaderless)’가 아닌 ‘리더풀(Leaderfull)’로서 리더십이 ‘충만’한 상태이다. 기쁨만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도 나누면 배가 된다.
박진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