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카네기는 “세상의 모든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비록 그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새로운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마음속에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새해 벽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문중 행사가 있던 일요일, 아침 일찍 고향 가는 버스를 탔다. 내가 사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고향에 갈 때마다 나는 서정적인 감상에 젖곤 한다. 일찍이 김소월도 ‘고향’이라는 시에서 “짐승은 모를는지 고향인지라 /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나이 들수록 눈에 들어오는 풍경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정겹기 그지없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고향 산천이 온통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처음엔 며칠 전 내린 잔설인가 했는데 숲의 나무와 풀, 어느 것 하나 은빛으로 반짝이지 않는 게 없다. 그것은 눈이 아닌 상고대였다.
꽃이 없는 겨울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지루한 계절이지만 겨울에도 피는 꽃이 있으니 눈꽃과 상고대다. 눈꽃은 내린 눈이 나뭇가지나 풀섶, 바위, 돌 등에 내려앉은 것을 말하고, 상고대는 산악인들이 부르는 통칭으로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기상용어로는 무빙(霧氷)이라고도 부른다. 대기 중의 물방울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나무나 돌 등에 얼어붙은 얼음 입자이다. 급격히 지나치게 차가워진 미세한 물방울이 더 차가운 나무나 돌 같은 물체에 부딪히면서 만들어진다. 상고대는 추운 겨울, 눈이 내린 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차가운 기온과 맞닿는 높은 산이나 강, 저수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겨울 진객이다. 특히나 나뭇가지에 피어난 상고대는 온 세상을 겨울 왕국의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꽃과 상고대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일부러 겨울 산행을 떠난 적도 여러 번인데 생각지도 않았던 고향길에서 상고대의 은빛 풍경과 마주하다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어 스마트폰을 꺼내어 시린 손 호호 불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가로변의 남천 빨간 열매에도, 선 채로 말라버린 강아지풀에도, 버드나무에도 상고대는 피어 은빛 아침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환상적이고 동화 속 세상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큰 축복을 받은 느낌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