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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독성 있는 맛'에 병드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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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독성 있는 맛'에 병드는 아이들

김성원 제약·바이오부장, 부국장이미지 확대보기
김성원 제약·바이오부장, 부국장
며칠 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약류 투약을 의심케 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또 이르면 다음 주에 인기 배우 유아인 씨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재벌가나 사회 지도층 자제들의 무분별한 마약류 범죄는 별로 놀랍지 않은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마약 김밥, 마약 치킨 등 ‘마약’을 음식 이름 앞에 버젓이 붙인 상호도 흔하다.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뜻이고 소비자들은 발음할 때 재밌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마약류에 대한 청소년들의 거부감이나 죄의식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청소년 마약’까지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검거된 10대는 294명이다. 지난 2018년 104명이던 10대 마약류관리법 사범은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으로 점점 늘었다. 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2017년 대비 278.2% 급증했다. 이 소년범들을 분석한 결과 대상자 135명 가은데 43.7%의 범행 동기가 단순히 ‘호기심’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SNS와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이 활성화되면서 청소년들의 마약류 접근 경로가 쉬워졌다. 이에 비해 현실은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사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청소년들이 입원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정작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마약류 범죄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국 치료보호기관 21곳 중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2곳뿐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이 전체 환자의 96%를 치료했다. 입원 가능한 병상과 치료 가능한 전문의는 되레 줄었다. 지난 2021년 기준 치료보호기관의 총 병상 수는 292개, 의사 수는 132명으로 2017년 대비 각각 38개, 38명이나 줄었다. 국공립병원 중에는 단 1명의 환자도 받지 않은 경우마저 나왔다.

지난해 말 청소년 대상 마약중독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법무부의 마약수사 예산과 보건복지부의 마약류 치료 관련 예산 증액도 거부됐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마약과의 전쟁' 선포가 무색하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 관련 추가 예산은 중독재활센터 1개소를 위한 4억5000만원 정도다. 물론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이고, 필수 조건은 예산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전제 조건의 해결 없이 진행되는 마약류 정책은 결국 정부의 의지만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현재 기준으로 500명을 치료하려면 20억~30억원이 필요하다”며 “민간 병원에 인원과 시설이 없어 치료비만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치료에 필요한 인원과 시설부터 지원하는 게 절실하다”고 했다.

청소년 '마약 경험자들'을 위해서는 처벌보다 정신의학 상담과 물리적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환우'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이들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적어도 1년 이상은 돌봐야 한다. 성교육이나 게임 중독처럼 예방과 사후 관리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지 않으면 향후 또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부터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김성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inner585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