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했다. 그동안 경기 연착륙을 자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톤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이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생각대로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연준은 공격 긴축을 이어가자니 경기침체가 걱정이고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자니 인플레 물가가 걱정인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실리콘밸리 은행발 은행 위기가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은행권의 불안한 최근 흐름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고 경제 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위원들은 “은행권 위기로 인해 최종금리 추정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연준은 당시 시장 예상보다 낮은 5.1%를 올해 최종금리로 제시했다. 더 나아가 일부 참석자들은 금리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려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연준은 지난 25bp(1bp=0.01%포인트) 인상 결정이 투표권이 있는 11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갑론을박이 거셌던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문제이다. 몇몇 FOMC 위원들은 은행권 불안이 없었다면 25bp가 아닌 50bp 인상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의사록은 전했다. 물가 상승과 은행 위기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복잡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준 위원들은 “최근 물가 지표는 다시 2%로 되돌리기에 충분한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물가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방증했다. 3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2월(6.0%)보다 낮아졌으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올랐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서비스 물가가 더 큰 폭 올랐다. 주거비(shelter)는 전년 대비 8.2%나 뛰었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교통서비스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뉴욕증시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는 기류다.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25bp 올리는 게 마지막 인상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오는 7월부터는 인하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 탓에 고민이 크다.
미국 연준은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FOMC에서 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인사들이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완만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 인사들은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을 2년으로 내다봤다. 일부 참석자들은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4%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를 내놨다. 핑크 CEO는 향후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3.5∼4.0%에 근접할 것으로 지난달 전망한 바 있다. 그는 "더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갈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