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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능력주의 사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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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능력주의 사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솔림 HRD 컨설턴트
이솔림 HRD 컨설턴트
2019년, 한 대학생이 대나무숲에 작성한 글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여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했으나, 유튜버를 보며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 작성한 글이다(심영주, 2019). 글쓴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요즘 인플루언서들의 성공을 보니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면서 대기업에 입사해도 수입이 인플루언서들의 반의반도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한 자신이 더 능력 있고 성공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 오만한 생각이었나 보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최근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능력주의는 무엇이며, 공정함의 기준은 무엇이고, 평생교육 전문가로서 어떤 교육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봤다. 능력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그러기에 앞서 능력주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태어남과 동시에 신분이 결정된 계급사회가 폐지되고, 오로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신분을 보장받는 능력주의 사회가 도래했다.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념인 자본주의 또한 능력주의를 부추긴 것에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람의 능력만큼 신분을 인정받으며, 어쩌면 능력 있는 사람이 사회에서 더 많은 재화와 부를 축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당연함이 양극화, 빈부격차,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앞서 대학생의 글을 읽으면 우리는 능력주의의 한 가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능력주의 프레임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학교에 가니 좋은 직장에 입사하는 것은 성공한 인생.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간 사람은 ‘내가 능력이 좋으니까 성공한 거야’라는 오만에 빠지기 쉽고, 반대로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은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며 자기 비난, 패배감에 빠지기 쉽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거기서 배달이나 하고 있죠. 본인들이 공부 잘했어 봐요, 안 하죠?" 본인의 실수로 음식이 오배송되었으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달 기사에게 폭언한 고객이 한 말이다(공민경, 2021). 능력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쯤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과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타인에 대한 감사와 공동체 의식이다. 배달 기사에게 폭언한 고객이 한 끼를 해결하려면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음식점 사장님과 직원들, 음식이 식지 않게 배달해주는 배달 기사님, 음식의 원재료를 만드는 사람들까지…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반대로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경이코노미에서 조사한 ‘10대 청소년 경제활동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돈(물질적 풍요)’이라고 답한 청소년이 30.1%(280명, 복수 응답 기준)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노승욱, 2022). 능력주의에 자본주의가 더해져 어쩌면 돈이면 다 되는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나는 중학교·고등학교에서 청소년들 대상으로 인성 교육을 하고 있다. 이때 청소년들에게 인생을 살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존중·감사)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나만 잘될 거야’,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잘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미화원,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기사님,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 주는 경찰관 등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얼마 전 동묘시장에서 지갑을 훔친 도둑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그 현장을 벽처럼 둘러싼 사진을 뉴스에서 봤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 능력주의·개인주의·이기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따뜻한 사회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 말이다.

이솔림 HRD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