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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걱정의 달이 된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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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걱정의 달이 된 가정의 달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명절만큼이나 부담되고, 지출도 많아서 어버이날 이제 그만했으면 싶어요. 시댁은 남편 하나인지라 더 부담되네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후반 워킹맘 황모씨의 하소연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어느 때보다 지갑 열 일이 많은 시기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그리고 황금연휴까지 잡혀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어린이날만 다가오면 ‘부모 등골이 휘는 날’이라는 기사를 매년 찾아볼 수 있다.
경제 상황을 막론하고 이 같은 기사를 거의 매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월은 어린이날 말고도 돈 쓸 일이 많아 최대한 지출 방어를 하고 싶은 마음도 담겼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차원이 다른 분위기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예년보다 지갑 사정은 더 나빠졌지만 안 오른 것을 찾는 것이 쉬운 요즘, 가만히 있어도 돈이 새어 나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쓸 돈이 없다’는 것 그 이상의 고통이란 말들도 들린다.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에 대형마트가 일제히 초특가 완구 제품인 ‘럭키박스’, ‘랜덤박스’ 행사를 기획하고, 연중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실속 있는 선물 아이템에 부모들의 시름을 덜어준 것은 맞지만, 외식 물가가 멈출 줄 모르고 올라서다.

실제로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를 기록,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17.1%)와 피자(12.2%), 아이스크림(10.5%) 가격이 상승을 견인했다. 가정의 달이 두려운 이유다.

특히 특별한 날 찾는 그랜드워커힐서울을 비롯해 조선팰리스 등은 이달부터 뷔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조선팰리스 뷔페 콘스탄스는 평일 저녁과 주말 가격을 기존 16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했는데, 성인 4인 기준 식사값만 74만원에 이른다. 특급호텔 뷔페 가격뿐일까. 가까운 고깃집 삼겹살 1인분 가격은 2만원에 근접했고, 맥주·소주 가격도 1병당 5000~600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민생 안전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7%를 위협하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3%대로 내려와 크게 둔화됐으나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체감하는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다. 정부의 노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업계가 가격 인상을 당장 보류하더라도, 이는 가격 인상 철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로 인해 억누른 인상 요인이 언젠가 한 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상 보류가 가격 인상을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요청에 미뤄왔던 인상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면, 이 역시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정부는 근시안적 대책만 내놓지 말고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땜질식 처방은 반짝 효과를 누릴 수는 있어도 언젠간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