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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최초 상용화'는 내려놔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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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최초 상용화'는 내려놔야 할지도

6G를 연구하던 한 교수는 기자에게 "5G가 온전해야 6G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 대통령인수위원회가 2026년에 6G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을 때 내놓은 반응이다.

통신업계와 학계에서도 6G가 성공하려면 먼저 5G부터 완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4G LTE를 기반으로 그 위에 5G를 상용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정부로부터 28㎓ 대역 5G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기지국 수 미달로 지난해 12월 할당이 취소됐고, SK텔레콤은 이용 기간이 6개월 단축되면서 5월 31일까지 목표 기지국 수를 채워야 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 이 계획에서 SK텔레콤도 발을 빼기로 하면서 할당 취소가 확정됐다. 이제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중 28㎓ 대역 주파수를 보유한 곳은 하나도 없다.

28㎓ 대역 주파수는 소위 '진짜 5G'로 알려졌다. 지금 서비스 중인 3.5㎓ 대역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게 그 이유다. 5G 상용화 이후 속도를 체감하지 못한 이용자들은 28㎓ 대역 주파수가 상용화되면 '진짜 5G'를 체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28㎓ 대역은 벽면 투과율이 낮고 전파가 멀리 뻗어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산업 현장이나 사람이 밀집된 핫스폿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현재 핫스폿에 대해 3.5㎓ 주파수로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당장 28㎓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단점은 있지만, 28㎓는 분명 의미가 있는 주파수다. 스마트물류나 스마트팩토리를 더 고도화할 수 있고, 특정 공간을 대상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 28㎓ 주파수는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는 이런 중요한 주파수에 대해 너무 섣부르게 할당 취소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찾아서 28㎓ 대역 서비스를 발굴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통 3사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자리 잡기에는 투자비용이 너무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5G가 온전해야 6G가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을 한 교수는 "2030년이 돼도 6G의 시범 운영이 될까 말까다"라고 덧붙였다. 정말 2030년에는 6G를 경험할 수 있을까? 이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은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