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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메랑 맞는 종신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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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메랑 맞는 종신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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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한 보험사의 FC(Financial Consultant·재무설계사)로부터 “연 수익률 8%, 상품 가입 10년 후에는 수익률 200%, 기납입 금액이 3억2000만원에서 5억원 이상이니 노후 자금으로 괜찮다”는 설명을 듣고 추천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그는 매월 277만원을 10년간 납부했다. 그러나 막상 만기가 다가와 해지하려고 하니 피보험자가 사망해야만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이었다.

최근 제보 메일을 통해 심심찮게 접수되는 내용이 종신보험 관련 민원이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살아있는 동안 적용되는 생명보험으로 사망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1990년대 이후부터 영업 현장에서 판매가 성행했다. 가장의 사망 이후 생활자금 부족 등에 대비할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길고 보험료가 비싼 편인데, 2000년대 들어 수요가 줄어들자 일부 보험사들은 높은 환급률을 강조하며 이 보험을 재테크 상품 중 하나로 소개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최근까지도 종신보험 10년납 상품의 환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종신보험과 저축보험을 헷갈린다. 저축성 보험이 납입보험료 대비 만기 시 돌려받는 금액이 많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보험 구조와 성격에 따른 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신보험은 본인이 사망한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다.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 사업비(비용·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적립금을 쌓는다. 적립금을 환급금으로 돌려주는 만큼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도 해지환급금이 낸 보험료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종신보험 민원건수는 보험 상품 중 가장 많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종신보험의 환산민원건수(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건수)는 4년 평균 29.74건이었다. 보험계약 10만 건당 29건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물론 단순히 소비자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잡한 보험상품 구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며, 아무리 제대로 설명했다 하더라도, 가입을 위한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원인 중 적지 않은 비중이 직접 상품설명서나 청약서 등 관련 서류에 자필 서명했고, 이를 이유로 해당 보험사에서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설계사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두 달도 아니고 10년 넘는 기간 보험료를 냈는데, 만기 시점에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면 그만큼 억울한 사례도 찾기 힘들다.

설계사들은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를 진다. 이는 단순히 상품이 가진 장밋빛 전망뿐만 아니라, 상품 가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포함해야 한다. 여전히 불완전판매 개선이 업계 화두인 만큼 당시 종신보험 판매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설계사 스스로도 그간 판매 관행이 단지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종신보험 민원폭탄이 완전판매로 인한 결과는 아니지 않나.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