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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업계 숙원인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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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업계 숙원인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최근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성을 권고한 이후 무려 14년 만의 성과다. 이로써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절차적 번거로움이 해소되면서 소비자 편익이 눈에 띄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법안이 긴 시간의 논란 끝에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안 시행은 내년 10월 25일로 1년여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로 인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중개기관 선정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의료계는 중개기관 후보로 제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보험개발원 두 곳 다 선정을 반대하고 있다. 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면 향후 비급여 진료 수가가 통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고, 보험개발원은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가입 거부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숙원인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또한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데이터 3법 시행으로 민간에서도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심평원의 데이터를 일부 제공받을 수 있게는 됐으나 보험사가 원하는 활용성 높은 데이터는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건보공단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위의 두 사안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똑같다. 보험사가 확보한 의료데이터를 악용해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막상 그 내막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정작 의료계의 입장에 소비자의 편익은 뒤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건보공단의 데이터가 개방되면 이를 활용해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병자, 시니어 등을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의료계는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료데이터 악용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안전장치를 보험사가 마련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관련한 대안들은 적정한지에 대해 보험업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게 순서다. 그 과정이 선행된 후에 소비자 편익을 따져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보험사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제도화를 원하는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도 그렇다. 의료계에서는 비의료기관의 전문성 부족을 문제로 들며 허용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원격의료를 통해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계는 업계의 의견과 상충하는 현안들을 소비자를 내세워 반대하는 동안 되레 국민들의 편익이 저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업계의 이권을 살피기보다 소비자 편익을 더 우선시해야 의료계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