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법률톡톡] 연말 음주사고와 사고부담금

연말이 다가오면 증가하는 범죄로 음주 운전이 있다. 12월이 되면 송년 모임이 늘고, 연회에는 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주 운전 뿐만 아니라 마약 운전으로 사고를 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음주나 약물 복용은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사회적 안전과 직결된다.

치명적인 사고나 대형 사고의 대부분은 술 취한 상태, 약물 운전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서 2022년 7월부터 음주 운전이나 약물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면 보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도록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되었다.
자동차를 소유하면 자동차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이는 피해배상을 위해서이다. 교통사고 운전자는 형사책임 외에 피해자에 대한 금전배상 책임을 진다. 피해가 극심한데 가해자가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치료를 못 받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다. 가액이 크면 평생 못 갚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은 여러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모두 합쳐 종합보험이라고 한다. 종합보험은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 자기차량사고, 무보험자동차 상해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가입이 강제되는 최소한의 의무 보험을 책임보험이라 하는데 대인배상Ⅰ과 대물배상을 말한다.
경미한 사고라면 의무보험만으로도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되도록 종합보험까지 가입하도록 권장하는 취지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가 경미한 사고를 낸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뺑소니, 무면허, 음주 운전, 12대 중과실로 인한 인사사고, 사망사고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아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뺑소니, 무면허, 마약, 약물,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보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이들 교통 범죄를 저지르면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일부를 사고 운전자가 부담하는데, 이를 사고부담금이라고 한다.

사고부담금이란 중대 법규 위반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사고 예방을 위해서 보험금의 일부를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고 1건당 대인 최대 1천만원, 대물 최대 500만원에 불과했는데 너무 적어서 실효성이 없었다.

그런데 2022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개정으로 사고부담금이 대폭 늘어났다.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가해자가 전액 부담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 중대 교통 범죄에 관한 한 자동차 종합보험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2022.7.28. 이후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하면 대인사고의 경우 사망시 1억5천만원, 부상 3천만원, 후유장애 1억5천까지 부담한다. 기존에는 대인사고도 1건당 최대 1천만원을 부담했으나 지금은 사망자별로 각각 1억5천씩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해자 여러 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는 경우 가세가 기울어질 수 있다.

가해자가 돈이 없다면 일단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수억 원이 넘는 돈이므로 평생 못 갚을 수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라서 개인회생이나 파산으로 면책될 수도 없다. 사고부담금의 적용 대상은 마약이나 약물 운전, 음주 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에 한정된다.

이 중 음주 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 운전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음주 운전 이진 아웃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도 또 술 먹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것이 가장 흔한 패턴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다가 인명사고를 내면 평생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타인의 생명과 모든 것을 파괴하는 범죄인만큼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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