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DLF 사태 당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이 발언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은 전 위원장은 DLF 사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해당 상품이 안전한지 여부를 투자자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원론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해 국감에서까지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미국 서부시대 술을 일정 한도 이상 마시면 점심 식사를 공짜로 제공하는 한 술집 주인의 상술에서 유래했다. 이 술집에서는 술을 일정 수준 이상 마시면 점심 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는데 일부 손님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많은 술을 마셨지만 결국 점심값보다 더 비싼 술값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DLF 투자자들은 은행원들이 상품을 권할 때 "미국·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은 없다"고 유혹했다고 한다. 또 아들딸 같은 은행원들을 믿었다고 한다.
물론 실적 압박에 고령의 치매 노인을 꾀어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가입시킨 은행원의 추악함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원금 손실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망해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했어야 했다.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품은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당시 은 전 위원장은 여론의 뭇매를 어느 정도 각오하고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당연한 원칙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5년 후 DLF와 사실상 판박이인 홍콩 ELS 사태를 맞았다.
금융권이 제2, 제3의 DLF·ELS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 중요한 건 배상비율이나 자율배상 여부가 아니다. 또 이런 상품을 아예 팔지 못하게 하는 것도 금융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로 점심을 내어주는 술집 주인도 없고, 위험성이 없고 수익성도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금융회사 직원도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불쾌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다시금 되새겨볼 때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