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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비지오 인수, 부족한 점을 훌륭히 메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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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비지오 인수, 부족한 점을 훌륭히 메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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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말 진지한 사람들은 하드웨어도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컴퓨터 분야의 선구자인 앨런 케이가 한 명언이다. 이 명언은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강조한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날 모든 전자기기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이뤄졌다. 당연히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를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스마트TV에 타이젠OS, 웹OS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선을 미국으로 돌려보면 최근 핫한 TV 제조사로 비지오(VIZIO)가 눈에 띈다. 비지오는 미국의 보급형 TV 제조사다. 보급형 TV 제조사지만 일찌감치 제품의 규격화, 부품의 표준화를 도입하고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 위주로 제품을 판매한 비지오는 현재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TV 브랜드 톱5 안에 들 정도다.
비지오가 기술적으로 앞선 기업은 결코 아니다. 비지오는 극강의 '가성비'를 강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지오 성공의 비결은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선두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창조하면 후발 기업은 범용화된 기술을 사용해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시장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이후 점차 브랜드 파워를 쌓아가면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선두 기업과 경쟁하곤 한다. 후발 기업인 비지오는 이 방식을 충실히 따랐다. 지금까지 비지오는 단 한 번도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을 내놓은 적이 없다. LED TV도, OLED TV도 타사보다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지오를 월마트는 23억 달러(약 3조620억원)라는 가격에 인수했다. 북미 안방 시장을 꽉 잡기 위해 하드웨어 기업을 직접 인수한 것이다. 월마트는 1800만 명 이상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비지오 TV 운영체제 '스마트캐스트'를 활용하기 위해 인수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 유통체인이자 소매점인 월마트는 미디어 사업인 월마트커넥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부문의 광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 22%나 성장했다. 이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TV 업체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월마트는 숫제 비지오를 인수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했다. 광고를 무기로 비지오 TV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아마존의 파이어TV에 대응하기 위한 안방 전략으로 보인다.

앨런 케이의 말을 비틀면 "소프트웨어 광고 시장을 꽉 잡기 위해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한 셈이다. 이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은 중저가 TV에서 나오고 있다. 기술력이 향상된 중국 업체들과의 싸움도 버거운데 이제는 월마트(비지오)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