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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한(恨)과 정(情), 흥(興)과 축(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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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한(恨)과 정(情), 흥(興)과 축(祝)의 이야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한민족 정서에는 ‘한(恨)’과 ‘흥(興)’이 있다. 소설 <춘향전>에는 임을 기다리는 한(恨)의 정서가 있고,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에도 "한(恨) 많은 이 세상 야속한 임아"라는 가사가 있다.

‘한오백년’은 한국인의 정한을 느끼는 곡으로 먼저 경기민요와 서도창을 부르던 명창들이 불러 대중화시켰고, 1980년 가수 조용필이 1집에 수록하여 히트시킨 이후, 많은 가수가 불렀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외적의 침입과 내란, 동족의 이념전쟁 등을 겪으면서, 평소 가졌던 재산과 기득권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고 고향과 세상을 등지고 목숨만 부지하고 살았던 민족이다.

한민족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다는 것은, 높은 웅지와 희망의 노력에도 불가항력이라는 높은 벽에 걸려, 무엇도 이루지 못한 공허한 마음에서 좌절하는 극단적 한(恨)의 정서로 생각했다.
한민족 한(恨)의 정서를 노래한 대표 민족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먼 후일>에서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사람의 사무친 정(情)과 한(恨)을 희생과 인고(忍苦)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한민족의 정서에는 한(恨)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심금을 잘 울리는지를 보여주는 민요로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실과 정체성과도 연계하는 그 무엇이 우리의 머리에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너무도 많은 억울함을 당하니, 처절하게 생존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힘을 메우려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고 용을 쓰는 노력에서 상대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전쟁과 가난을 이기고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한(恨)과 욕망을 참고 삭이며, 자신을 보호하여 살며, 무언가 이루어 내는 인내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자신의 명예와 영광, 승리를 위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다 실패해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 추세이다. 상당히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위험성을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 "박멸" "핵 전투 무력" 등 한(恨)을 쏟는 분열된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에 급급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싸움도 피하기보다, 3·1정신으로 남북 화해와 통합, 평화로 전진하길 기대한다.

4월은 정치의 계절이다. 신분 상승을 위해, “가다가 쓰러지는 한(恨)이 있어도 가 보겠다.” “죽는 한(恨)이 있어도 목적을 이루겠다.”라는 말을 하지만, 인생과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필자는 작금의 사회를 보면, 서로에게 험담과 폭탄을 던지는 작태, 조그만 흠집을 부풀려 크게 만드는 솜씨는 약한 짐승의 약점을 노려서 먹이 사냥을 즐기는 맹수들의 본능으로 보인다.

필자 주변에 아들이 먼저 죽는 충격으로 인해, 한(恨)이 온몸에 사무쳐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한스러움이 인체 기능에 상당한 피해를 유발하여, 만병을 달고 사는 분을 보았다.

한국인의 한(恨)은 자신과 집안의 명예와 연계한 절대 과업으로, 한국 종교계는 상처받고 아파하는 민생들의 한의 원인을 풀어주는 해방과 구원의 역사를 만들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 비통함과 서러움을 딛고 한국전쟁과 분단, 근대화·군사정권·민주화 등 굵직한 격동기에서도 모방을 넘어, 세계가 놀라는 K-음악과 음식, 월드 스타를 만들어 냈다.

우리 민족은 한(恨)과 흥(興)이 반대 정서가 아니라, 서로 만나 화합하고 소통하며 어울리는 뒤섞임과 버무리는 "비빔의 정서"로, 창조하는 새로운 역동성을 만든 것이 세계적인 한류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주류가 되고, 즐거운 인생과 삶의 축복을 위해서는 모두 기도하면서, 내재한 한(恨)과 정(情)을 넘어, 억제된 흥(興)과 축(祝)의 문화를 창조하는 한마음 공동체가 필요하다.

21세기 한민족은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수용하여 새로운 한민족의 정서에 맞게 꿈과 희망, 재미를 더해, 보편적·개방적인 시민 정신과 사회 통합 논리로 나가야 한다.

5천 년 전통을 고수하던 한(恨)의 문화와 혈연·학연·지연의 사회보다, 모두의 감동으로 한민족 혼을 융성시키는 깊고 넓은 뜻을 담은 우주 혼과 장엄한 역사를 모아서, 세계에 말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