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이 낡은 구호를 카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줄곧 “트럼프 정부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 경제 사정이 얼마나 비참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공동 조사에서도 바이든의 경제 정책 지지율이 36%에 그쳤고, 반대 비율이 59%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60%가 일자리와 생활비 같은 경제적 문제가 대선 결과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권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는 80%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정치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퓨리서치가 1월에 미국 성인 51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해 대통령과 의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응답자의 73%가 경제 강화를 들었다. 그렇지만, 경제가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응답률이 민주당 지지자는 63%, 공화당 지지자는 84%에 달했다.
여론 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지난 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권자가 정치 프리즘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 정부에서 경제가 나아졌다는 비율이 48.9%였으나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이 비율이 6.4%에 불과했다. 바이든 재임 중 경제가 나빠졌다는 응답 비율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8.8%였으나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71.8%로 올라갔다.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응답률도 민주당 지지자는 39%, 공화당 지지자는 67%를 기록했다.
컬럼비아대 링컨 미첼 정치학 교수는 “1990년대 말까지는 정치 성향이 경제 상황 인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정치 성향, 개인 경험, 미디어 소비 등에 따라 경제를 달리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4월 총선에서도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선다. 한마디로 총선 결과는 누가 심판대에 오르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심판이야. 바보야!”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