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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제는 주인 있는 회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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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제는 주인 있는 회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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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정성화 기자
약 4년 전인 2020년 3월 NH농협은행에서는 다소 의아한 상황이 연출됐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 최초이자 농협은행 독립법인 출범 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행장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그가 탄탄한 경영실적으로 3연임에 성공했고 연임 과정에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용퇴 사유는 단순했다. 그가 3연임에 성공한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농협중앙회장이 바뀌었던 탓이다.
이 행장은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되자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고 이 회장은 이를 수리했다.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다른 농협금융계열사 대표들도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신임 회장에게 재신임을 물었지만 이들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당시 이 같은 중앙회장발(發) 인사 태풍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을 자회사로 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기에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강호동 신임 회장이 농협금융에 인사권을 행사하려 하자 금감원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나선 것이다. 농협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중앙회가 여전히 농협금융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지배구조를 살펴보겠다는 금감원의 개입이 정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현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분리돼야 하지만, 농협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농협법에서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중앙회의 자회사이면서 금융지주사이기도 한 농협금융은 농협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동시에 적용받는 특수성이 분명 존재한다. 금산분리 문제는 신경분리 당시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결국 근본적으로는 농협법 개정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다.

그간 금융당국은 신한, 우리, KB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회장 인선에 개입하면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서의 주인 행세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농협금융의 경우 단일주주가 농협중앙회라는 점에서 오너의 주인 행세를 막는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배구조 선진화는 주인이 제대로 된 주인 노릇을 할 수 있게 관리·감독하는 것이지 주인 있는 회사를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