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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CPI 물가 "이상 기류" 제롬 파월 " 연준 FOMC 금리인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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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CPI 물가 "이상 기류" 제롬 파월 " 연준 FOMC 금리인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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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인하의 사이클을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에 오를 때 정상에 이르면 다시 내려오는 것처럼 금리도 올라가면 정점을 치고 반드시 내려온다는 믿음이다. 바로 이 믿음 때문에 곧 금리가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을 반복하면서 2023년 9월 5.5%까지 올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동결이다. 무려 8개월째 5.5%의 정상에 머물러 있다. 정상에서 오래 머물렀던 만큼 이제는 내려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등산과 금리는 그러나 그 메커니즘이 사뭇 다르다. 등산은 정상에 이르면 반드시 내려가도록 되어있다. 금리는 아무리 많이 올라갔다고 해도 물가가 안 잡히면 얼마든지 더 올라갈 수 있다. 금리 수준에는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객관적 정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적 경험을 볼 때도 금리는 정점에 이른 것처럼 보이다가 내리기는커녕 더 오른 사례가 많이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개마고원 금리다. 정점에 올라가 오랜 기간 내려가지 않고 그곳에 머무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하이츠 금리", 즉 "고원 금리"라고 한다. 우리 경제학계에서는 개마고원 금리라고도 부른다. 고원은 산의 정상이 평평하게 되어 있다. 그 지대를 다 통과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모습에서 개마고원 금리라는 말이 나왔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2024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상 위에 또 다른 정상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발생할 때까지 현재 상황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며 "고용시장이 약해지고 있거나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으면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3%대 인플레이션이 고착된다면 우리는 필요할 경우 금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이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 과정에서 일부 역학이 중립금리를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올렸는지 궁금해진다"며 "브레이크에 두 발을 올려 동시에 밟아야 하는데 현재 통화정책은 그중 한 발만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아닌지 혹은 브레이크를 충분히 세게 밟지 않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들어 석 달 연속 안 좋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받아봤다"며 "앞으로 한 달 좋은 지표를 받았다고 금리를 바로 내리거나 할 순 없을 것이고 긍정적인 지표, 그것도 물가뿐만 아니라 고용과 주택시장 지표까지 3개 정도는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마고원 금리처럼 높은 금리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미국 연준이 설혹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금리 수준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급증하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투자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이른바 중립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이다. 그동안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의 중립금리는 2.5% 수준이었다. 이 중립금리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3월 중립금리를 3.0%로 상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미국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오늘날 미국 경제 모습은 중립금리 상승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고 말한다.

WSJ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학자들은 미국의 중립금리 추정치를 꾸준히 하향 조정했지만 이제는 상승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2.5%다. 이는 기준금리가 2.5%보다 높아지면 경제를 누르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기준금리(5.5%) 환경에서 중립금리가 2.5%일 경우 경제에는 3.0%포인트의 금리 부담이 가해진다. 이와 달리 중립금리가 3%로 상승했다면 실제 경제가 받는 부담은 2.5%포인트에 그치게 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최근 “수년간 장기금리 추정치를 2.5%로 계산했지만 지난달 전망을 3%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최근 3월 미국의 고용이 30만 개 넘게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중립금리가 연준의 추정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WSJ는 중립금리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재정적자 급증,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강력한 투자수요 등을 꼽았다. 특히 AI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 성장률과 중립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가 늘면서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에도 성장률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고 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업 투자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발맞춰 전력과 데이터센터 투자수요도 늘었다. 투자가 늘면 기준금리가 예전과 같더라도 성장률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진다. 이를 누르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게 되는 원리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메리클은 “정상적인 수준의 기준금리가 2.5%는 아닐 것”이라며 “3~4% 언저리에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약 4%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나름의 방법에 따라 중립금리를 ‘추정’한다. 만약 경기가 과열돼 있다면 기준금리를 ‘추정 중립금리’보다 높게 설정한다. 경기침체 시기엔 중립금리 밑에 기준금리를 둬야 한다. 연준은 2019년 이후 미국의 중립금리를 2.5~2.6%로 추정해왔다. 기준금리를 이보다 훨씬 높은 5.25~5.5%까지 끌어올린 것은 경기를 침체시켜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정도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실제 중립금리가 연준의 추정치(2.5~2.6%)보다 훨씬 높은 4%로 올라 있다면 미국 연준은 결코 투자자들이 바라는 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다. 피벗이 아직 멀었을 수 있다. 오히려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