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의 민주주의에도 중우정치는 여전히 논란이다. 오죽하면 중우정치는 수능 문제에도 가끔 등장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중우정치와 완전히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알맹이가 없었다. 연금을 더 내고 덜 받을 것인지, 소득대체율은 어느 수준일지를 정하지 않았다. ‘공론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뒷짐을 졌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포장했던 연금개혁은 집권 초기 2년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1년 반을 허송세월하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겼다.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492명은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의 개혁안을 선택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여 노후보장을 더 두텁게 하는 1안이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월급의 평균 29.6%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386세대인 1960년대생은 평균 7.6%밖에 내지 않았다.
연금 고갈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말이 개혁이지 사실상 개악안이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 국회, 대중의 합작품이다. 이쯤 되면 현세대의 이기주의 행태가 극에 달한 것이라는 평가다. 자식 세대야 어찌 되든 말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월급에서 낸 돈보다 평균 2.2배를 더 받는 구조다. 이대로 펑펑 퍼주면 2055년에 고갈된다.
개발시대 노후대비를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은 태생부터 한계가 있었다. 1988년 1월 1일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된 국민연금은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1999년 4월 1일 전 국민이 가입하게 됐다. 10년 만에 전 국민이 가입하게 된 것은 세계 공적연금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성장이었다.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안티 국민연금’ ‘국민연금의 비밀’ 같은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수십 년 후 연금을 받으려고 당장 월급에서 돈을 떼 가니 불만이 컸다(지금 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효자보다 좋다’고 말하지만).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초기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월급의 9%를 떼 간다. 반대로 소득대체율은 월급의 40%로 높다. 한때 강남 부자들에게 국민연금 재테크가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만큼 어느 재테크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높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에 손을 놓고 인기관리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 깃발을 내걸었지만 무기력하기만 하다. 여기에 이기적인 시민들의 중우정치와 표 얻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연금개악으로 가고 있다.
아기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태어나고 있다. 저출산으로 노인 부양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말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