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정확도는 97~99%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검사기법이 정교하고 분석적이며, 사람마다 긴장 수준과 각성상태가 다른 점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통제 질문에 대한 반응과 관련 질문에 대한 반응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하기 때문에 오류가 나오기는 힘들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와는 무관하게 법원에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사실적 관련성과 법적 관련성이 요구된다. 사실적 관련성이란 증거가 문제되는 사실의 증명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법적 관련성이란 사실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증거일지라도 그 증거를 사용함으로 얻는 이익이 해악보다는 커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거짓말탐지기는 요증사실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증명력도 없다며 사실적 관련성을 부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학적 원리와 기술적 정확성이 모두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라는 것은 결국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법원의 입장과는 달리, 실무적으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매우 중요한 판단자료로 사용되고 처분을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당사자의 주장만 존재하는 성범죄 사건에서 그러하다. 객관적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는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사실인정을 좌우하는데,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리그래프 검사결과는 수사기관의 심증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
검사결과 거짓으로 나와도 이를 근거로 유죄 판결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실반응이 나오면 피검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반사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진실반응이 나왔다 할지라도 무혐의처분을 받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차피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에서 결과를 무시하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송치나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되는 사안이 단순하고 명백하다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도 불리할 것은 없지만 애매하거나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 피검자에게 거짓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르게 된다. 진실반응이 나와도 무혐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단순명료한 사안이 아니라면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도 검사받는 것을 조건으로 검사에 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상대가 거부하면 거부했다는 사실이 수사기관에 불리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검사는 다른 증거는 없고 당사자의 진술만 존재하는데 그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하는 것이다. 다른 확실한 증거가 있거나 무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는 검사에 응하여 오류의 위험성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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