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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태원 SK 회장의 ‘10년 주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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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태원 SK 회장의 ‘10년 주기설’

채명석 산업부 에디터 겸 선임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채명석 산업부 에디터 겸 선임기자
1998년 SK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최태원 회장은 올해로 부임 26년째를 맞았다.

취임 당시 국내 재계 5위였던 SK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최 회장은 2021년부터 주요 경제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도 더하고 있다. 최 회장이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고,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런 최 회장이 최근 수년간 본처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으로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회장 10년 주기설’이라는 말이 있다. 10년마다 그가 뭔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총수에 오르기 전인 1994년, 노 관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11개 은행에 20만 달러를 불법 예치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뒤 귀국과 동시에 외화 밀반출 혐의로 소환됐다.

2003년 2월에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채무를 줄여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그룹 지배권 확보 과정에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해 9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고, SK그룹과 JP모건 간 SK증권 주식 이면계약 과정에 개입해 계열사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동시에 소버린 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권 탈취를 노렸고, 이를 막기 위한 최 회장 측과의 표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소버린 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은 대기업이라도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오너 일가가 한순간에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교훈을 일깨워준 것으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3년 최 회장은 또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룹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창업투자사에 출자하게 한 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보내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법정구속됐고 최종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6개월 수감생활 후 2015년 8월 14일 박근혜 정권 당시 광복 70주년 특사로 사면 및 복권과 함께 출감했고 잔형을 면제받았다.

그리고 2024년, 노 관장과의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항소심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SK그룹 주최로 이날 오전 SK서린사옥 3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한 번은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뒤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최 회장의 10년 주기설 때마다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 기자 본인의 생과 함께하고 있는 여러 취재원 가운데 한 명이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건에 연루됐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니 특별히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이 17일 언급한 대로 본인의 개인적인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서 비롯된, 재판부의 편향적이라는 의심이 드는 판결 결과로 인해 SK그룹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 협력사, 관계사 등 이해관계자 수백만 명의 명예와 긍지, 자부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벌써 세 번째다. 왜 개인적인 행동으로 인해 SK그룹 전체가 흔들려야 할까. 최대 리스크는 최 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최 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한 시간에 SK서린빌딩 직원들의 동요는 없었다. 다행인 건지, 포기한 건지.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