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DRAM 및 NAND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로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지위는 지속적인 R&D 투자에만 의존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R&D에 투입하더라도 기술 혁신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으며, 선진 기술국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자립 노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이 높은 대책과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고용 창출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두 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경제에 공헌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고급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필요하며, 종종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보다 오히려 고용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실제로 국가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환경 변화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남북 긴장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한국이 국제 협력을 통해 융합적인 기술 혁신과 혁명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존재함을 걱정한다. 정부의 지원 정책은 단기 정책의 위주로 독창성이 부족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은 단순히 기술 혁신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넘어서, 전체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독창적 기술을 창조하여 세계 제패를 노리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언제까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부품, 소재, 장비(소부장)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특화된 연구개발(R&D) 센터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과 이전, 산업 간 융합적인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여 한국 제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산업 클러스터 확대 및 정책금융,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협력하여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 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생태계를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속 가능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글로벌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