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유명한 어록이다. 당시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기성 언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비판 보도하자 세상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까지 나돌았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대중 탓을 하지 않았다. 모두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책임을 끌어안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또 한 가지를 살펴보자.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와 무관한 것처럼 일상을 살고 있다. 어제도 평온했고 오늘도 어제와 같았으니 내일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현생에 몰두하게 되고 복잡한 정치는 뒷전이다. 정치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끊이지 않는 당파 싸움을 보면 정말 그들이 국민을 위하는, 국민을 대리하는 이들이 맞나 싶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지인들과 언성을 높이다가도 나중에 가서는 "결국 다 똑같다"는 양비론으로 좋게 좋게 타협하며 정치 주제를 마무리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난 3일 밤 기습적으로 시행된 비상계엄 선포와 이를 재빨리 막은 국회의 행동, 그리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벌인 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노력 덕분에 군경의 출동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당장 환율이 급등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연일 '셀 코리아'를 외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투자를 유보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업 CEO들은 방한을 연기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충격은 더욱 크다. 계엄 사태 후 그 주 나흘간 시총이 144조원 증발했다. 국민이 제아무리 맡은 바 열심히 일해도, 기업이 열심히 두 발로 뛰어도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7일, 국회가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했고 여론과는 정반대로 탄핵안은 부결됐다. 야당은 지속적으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길어질수록 경제 상황은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당장 반도체 산업과 '한류'로 대표되는 콘텐츠 영역의 이미지 훼손도 심각하다. 여기에 ICT 분야의 여러 신제품 출시와 서비스 공개 효과도 약화되고 있어 정치의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 여당과 야당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때론 협상하거나 양보하며 계속 정치 지형을 바꾼다. 게다가 정답도 없다. 그런데 이 정치가 경제에, 산업에, 시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유명한 어록이다. "물러나는 것인가? 돌아가는 것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맨 앞에 있는 것이 정치이고, 맨 마지막에 있는 것이 정치이다."
이제는 산업을 위해, 경제를 위해서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