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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영화 관세 100%, 콘텐츠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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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영화 관세 100%, 콘텐츠 전쟁의 서막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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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2024년 미국 영화 산업은 팬데믹과 파업의 영향으로 박스오피스 수익이 3% 감소하며 약 8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를 넘어, 미국 문화 산업을 지키기 위한 '문화 안보'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흐름은 세계 콘텐츠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 영화 관세 100%… 숨은 비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겉보기에는 황당하지만, 이는 미국 문화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시각이 깔려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영화 보호'는 사실 미국의 '문화 안보'를 뜻한다.

미국은 영화와 방송을 통해 세계인의 가치를 주도해 왔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흥행, 유럽 영화의 부활, 중국의 시장 강화 등으로 미국 문화의 독점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 흐름을 되돌리려 한다. 그러나 문화는 감성과 창의력이 핵심이며, 장벽보다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다. 트럼프의 선언은 문화 전쟁의 서막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신호일 수 있다.

영화는 미국의 숨겨진 핵 미사일


20세기 미국의 세계 지배는 총과 달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진짜 무기는 ‘이야기’였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는 미국식 정의를 대표하며, 그들의 언어와 행동은 전 세계 젊은 세대에게 이상향이 되었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권력의 일부였다.

2024년 기준, 미국 영화 시장 규모는 234억 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6.9%에 이른다. 마블, 디즈니, 워너브러더스와 같은 거대 스튜디오는 글로벌 흥행을 이끌며 미국 가치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된다. 최근 개봉한 마블 영화 ‘썬더볼츠’는 첫 주에만 1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는 경제이자 외교다.

미국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그 힘이 약화되면서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영화 부흥’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서, 잃어버린 패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는 과거의 전략을 고수하는 것에 불과하며, 현재의 글로벌 문화 흐름에 맞지 않다.

헐리우드의 변신, 트럼프의 착각?


오늘날 헐리우드는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산업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 다문화 배우, 다양한 언어가 일상이 되며, 콘텐츠 제작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넷플릭스, 디즈니는 비영어권 콘텐츠에 투자하며, 헐리우드는 국경을 넘는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 전통적 시각에 혼란을 준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의 약화’로 보지만, 산업 내부에서는 이를 진화로 본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국적’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보호무역적 발상은 오히려 글로벌 협업을 저해할 수 있다. 헐리우드의 강점은 유연성과 개방성에 있다. 글로벌 소비자를 이해하고, 각 문화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제는 미국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반영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OTT 산업 생태계는 협력이 생명력


영화는 이제 극장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은 국가와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유통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 스페인, 인도 콘텐츠가 전 세계에 통하고, 언어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이런 흐름과 충돌한다. 글로벌 콘텐츠 산업은 협력과 상생의 논리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콘텐츠가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장벽이 아니라 협력이 필요하다. OTT 시대에는 시청자의 선택이 곧 기준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콘텐츠는 더 이상 일방적인 소비가 아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자유를,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이제 미국 스튜디오를 거치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의 ‘오징어게임’이나 ‘종이의 집’처럼 현지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미국 영화의 영향력은 분산되고 있다. 미국은 위기일 수 있지만, 산업 전반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시선이 경쟁하는 환경은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높여준다.

넷플릭스는 미국 기업이지만, 콘텐츠 전략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 산업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트럼프 영화 관세 대응은 '한국적인 콘텐츠'


트럼프의 영화 관세 정책은 단순히 산업 보호를 넘어, 미국의 문화적 패권을 지키려는 시도다. 하지만 21세기 콘텐츠 산업은 국경을 넘어서 글로벌 협력과 창의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의 전략은 문화적 보호막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고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한국은 이 글로벌 콘텐츠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K-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OTT 플랫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단순히 소비되는 문화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문화 생산 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자체적인 콘텐츠 서사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K-콘텐츠의 강점은 그만큼 독창적이고 다양한 이야기의 힘에 있다. 한국의 콘텐츠가 보여주는 새로운 이야기는 단순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넘어, 세계 문화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