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G2로 불리며 세계의 중심인 것처럼 비치지만, 부동산 버블, 청년 실업, 부채 급증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시진핑 권위주의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내부 억압의 산물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력은 상승이 아니라 정치 통제로 지탱되는 불안정한 상승이라고 진단한다.
일본은 기술 대국으로 여겨지나 고령화, 내수 침체, 청년 정치 무관심 등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 후쿠야마는 일본의 관료제와 변화 회피 문화가 국가 역동성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과거의 기술력이 여전히 강하지만 미래를 주도할 체질 개선은 매우 미비한 상태이다.
유럽연합은 가치 연합처럼 보이지만 난민 문제, 에너지 분쟁, 경제 정책 차이로 내부 갈등이 심화된다. 독일과 프랑스도 정책 방향에서 충돌하며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중이다. 브렉시트는 EU 통합이 실체가 아니라 불완전한 연합이라는 착시를 반증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글로벌 유통·물류 산업은 혁신과 성장의 대표 분야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과잉 경쟁과 저마진, 친환경 압박에 시달리는 위태로운 구조이다. 세계은행은 “물류 산업은 볼륨은 증가했으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며, 기술만으로 위기를 감출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초연결 물류 혁신의 상징으로 추앙받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노동구조와 알고리즘 통제, 환경 파괴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FTC는 이들 기업의 반독점적 구조와 사회적 책임 회피를 비판하며 규제를 강화 중이다. 성공의 서사는 기만일 수 있다.
국민의힘 한덕수-김문수 단일화는 보수 진영 통합처럼 보이나, 실제론 지분 조정과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정치적 전략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도 이념의 통일보다 표 계산이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유권자는 이를 '통합'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착시를 경험하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도 대중을 대변하는 인물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정당 조직과 후원 자본에 묶인 행위자인 경우가 많다. 한국 언론과 미디어는 이들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거나 제한한다. 이로 인해, 유권자의 정치 판단은 구조적으로 왜곡된다.
중세 유럽에서 군주들의 권위는 신의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고, 대중은 신앙을 통해 권력에 복종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블로크는 봉건사회에서 실체가 없는 상징이 권력의 핵심이라 했다. 현대 정치에서도 실질적 모습보다 이미지와 상징에 의존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필자는 한국이 4.19와 5.16,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실질 권력은 유지되고 정치 체제의 외형은 바뀌었지만, 국가 운영 방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체제 개편의 기대는 기득권의 새로운 포장으로 귀결되며, 이는 반복되는 ‘민주주의 착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조기 대선은 대한민국이 절호의 체제 전환의 기회처럼 보이지만, 유권자들은 분석보다 감정과 기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변화의 신호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기대감이 클수록 착시는 확대되고, 현실과의 괴리는 깊어진다.
필자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고 믿지만, 대부분 선택은 감정, 편견, 사회 분위기에 좌우된다고 본다. 니체는 "진실은 무수한 반복된 착각일 수 있다"고 했고, 카너먼은 "인간은 직관에 따라 판단하며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성은 불완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잘못된 믿음과 착시로 채워져 왔다. 조선은 명나라에 대한 사대 외교를 국가 질서라고 믿었고,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을 아시아 해방으로 포장했다. 이런 오류는 권력자의 설득과 대중의 수용이 함께 만들어낸 착시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역사는 그 반복의 기록이다.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기술, 정치, 경제는 끊임없이 진보라는 서사를 만들지만, 그 이면에는 착시와 환상이 있다. 허상을 꿰뚫는 힘은 통계나 선전이 아닌 역사와 성찰에서 온다. 문명은 착시로 장식되고 진실은 그 틈에서 겨우 드러난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만든 거울에 갇혀 있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