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31장

인간도 중생이라 포악한 육식동물의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는 사람 죽이는 병기(兵器)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했다. 농기구나 부엌칼 같은 것은 병기처럼 쇠붙이로 만들었으나 그것들은 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여서 오히려 상서로운 물건이다. 그러나 병기는 같은 쇠붙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상서롭지 못한 흉기다. 흉기라고 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버릴 수도 없다.
지극히 사랑하는 관계이거나 종교적으로는 타인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장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죽이지 않을 수 없다. 마지못해 했다 하더라도 죽임은 용납할 수 없는 살인자가 된다. 왜냐하면 죽일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천도(天道)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병기를 들고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싸움터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천도에 반하지 않을까?
노자의 말을 숙고해보자. 병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다. 상서롭지 못하므로 군자가 쓸 물건이 아니다. 보관할 때도 도가 아닌 곳에 둬야 한다. 그리고 군자는 왼쪽을 귀하게 하고 병기를 쓸 때는 오른쪽을 두려워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병기로 죽일 때는 살기를 품지 않아야 한다. 전장에서의 승리를 축하하면 살인을 즐기는 자이며,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따져보기 전에는 어느 쪽이 상서롭고 상서롭지 않은지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상서롭다 해도 병기가 죽이기 위한 물건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화해라는 고귀한 방법을 두고 싸우는 것 자체가 도에서 벗어난다. 더욱이 죽일 수 있는 권한은 천지의 도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병기는 군자가 쓸 물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두는 장소도 도가 아닌 곳에 두라고까지 했다.
더욱이 군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오른쪽을 두려워하라는 말에서 살기의 응보를 경계했다. 살기는 고운 마음이 악독하게 변한 마음 작용이다. 반드시 응보가 따른다. 오죽했으면 죽일 때는 왼쪽을 귀하게 생각하고 오른쪽을 두려워하라고 했을까! 죽일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병기를 휘둘러 죽인다. 왼쪽은 죽임을 당하는 자고, 오른쪽은 죽이는 자다. 특히 오른쪽 손은 죽이는 자의 악독한 살기가 작용한다. 따라서 오른쪽을 두려워하라고 한 것은 죽일 때 살기를 품지 말라는 뜻이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실제 전장에서 실천한 도덕성이기도 하다. 전장에서 보좌하는 우장군은 좌측에 있고 공격하는 상장군은 우측에 있었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노자는 그에 덧붙여 좋은 일은 반드시 좌측으로 하고, 흉한 일은 우측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죽인 후에는 상례를 다하고 죽임을 당한 무리를 애통해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상례로써 죽은 혼들의 명복을 빌어주라고 했다.
전쟁은 누가 더 많이 죽이고 죽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더 많이 죽여 승리했다고 즐거워하는 자는 살인을 즐기는 자이며,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죽이는 권한은 천도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말이다. 마지못해 죽였으면 죽은 목숨을 슬퍼하며 상례를 다함으로써 악독하지 않은 마음을 내보이고 원한을 사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리하는 것이 죽인 자로서 망자에 대한 속죄이고, 천도를 거스르지 않는 고운 마음과 부합한다.

이연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lotu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