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동맹은 군사 협력을 넘어 경제와 기술 협력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은 한국을 아시아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고,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며 세계적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협력 구조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을 ‘육지의 항공모함’으로 필요로 한다. 한반도는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힘을 막는 최전선이다. 따라서 한국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라는 지위를 확실히 인정받아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미국에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 조선산업은 해양 패권 유지에 필수적이며, 반도체는 인공지능 시대의 심장이다. 원자력은 안정적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이처럼 한국은 미국이 미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국가가 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웨스팅하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기술은 보유했으나 시공 역량이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전 주기 건설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협력이 성사되면 한·미 에너지 협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크다. 한수원과 한전의 계약을 매국적이라고 비판하며 재협상을 요구한다. 여권에서도 밀실 합의라고 규정하며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이러한 정치적 공방은 외교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재명 정권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한국 원전 기술 가치를 높게 본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전력 등 관련 주식이 미국 진출 기대감으로 반등했다. 이는 한국 원전 기술력이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미국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을 선택하는 한, 한국은 피할 수 없는 동반자인 것이다.
조선산업도 미국 해양 전략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국은 초대형 원유 운반선, LNG선, 군용 함정 등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 산업을 넘어 미국 해양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다. 한국이 없으면 미국은 해양 강국 지위를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진정한 의미를 재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종속적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해양 질서를 지탱하는 전략적 동반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함께할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줄게, 지분 다오”라는 장사꾼 협상을 꺼냈다. 인텔 지분 확보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같은 요구가 확산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매우 크다. 미국 중심의 독점적 이익 추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접근은 국제 규범에도 어긋난다. 반도체 과학법의 취지는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에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지분 압박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일본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조선·반도체·원자력 분야는 한국이 우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강조하고 당당한 태도와 외교적 예우를 갖춘 선물로 신뢰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는 동맹을 공고히 하고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오벌 오피스’ 회동은 중요한 분수령이다. 트럼프가 이를 국내 정치에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이 아닌 국가 명운을 걸고 담대하게 나서야 한다. “우린 함께할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돌아오는 것이 한국의 길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