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가을 왕릉 숲길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때를 놓치기 전에 마음속에 점찍어 두었던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을 찾았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를 지닌 단풍나무류는 대부분 붉은색을 띠지만 종류별로 약간씩 다른 색으로 물든다. 흔히 보는 단풍나무의 단풍이 붉은색 위주라면, 복자기는 노랑과 주황 그리고 단풍나무 집안의 붉은색을 바탕으로 진한 주홍색을 더해 화려한 ‘복자기 단풍’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바람에 쓸리는 벚나무 물든 낙엽을 보면 공연히 가슴으로 휑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복자기나무 붉은 단풍을 보면 환호성이 절로 터지고 정열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복자기나무는 단풍나무 중에서도 유달리 키가 크게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어릴 때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커서는 햇볕을 좋아한다. ‘나도박달’로도 불리며 목질이 견고하고 단단하여 예전에는 수레의 차축(車軸)을 만들기도 하여 우근자(牛筋子)란 한자명도 지니고 있다. 꽃은 이른 봄 연노랑 꽃이 산방꽃차례에 3개씩 달리며 꽃자루에는 갈색 털이 있다. 붉은빛을 띤 잎자루에 소엽이 3출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엽 끝부분에 큰 톱니가 있는 것이 다른 단풍나무와의 차이점이다. 단풍나무는 가을철 일교차가 큰 우리나라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건조하고 추운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아름다운 겹잎이 달리는 복자기가 있어 가을 산이 불타오르듯 한층 아름답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11월 말까지 무료 개방되는 광릉의 복자기나무 숲길은 1㎞ 정도여서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에 좋은 길이다. 평지엔 야자 매트가 깔려 있고 중간에 통나무 벤치도 놓여 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단풍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라’는 하마비를 지나 왼쪽으로 난 숲길 산책로는 붉은 물감을 뿌린 것처럼 온통 붉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복자기나무들이 가지 가득 곱게 물든 복자기 단풍잎들이 끝없이 손짓한다. 햇빛을 받아 붉게 타는 복자기 단풍을 배경으로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낙엽이 비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가을의 정취를 즐기며 걷는 발걸음은 걸을수록 점점 경쾌해진다. 바람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소리에 귀가 즐겁고 복자기 단풍의 선연한 붉은색에 눈이 흥겨워지는 길이다.
온 산이 울긋불긋 곱게 물드는 단풍의 계절, 어딜 가나 단풍의 물결이요, 낙엽의 노래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지만 왕릉 숲길에서 만나는 복자기 단풍은 숲을 찾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가을의 낭만이다.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지만 숲길을 걷다가 유난히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다면 십중팔구 복자기나무다. 숲속 어디에서나 오묘한 붉은색으로 요염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복자기 단풍은 가을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살아갈수록 걷는 만큼이 진짜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했던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찾던 광릉이지만 이 가을, 한시적으로 열리는 복자기나무 단풍 숲길을 걸으며 붉은색에 취하던 만추(晩秋)의 시간은 오래도록 나를 물들일 것만 같다.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일본증시] 닛케이평균지수 상승...TOPIX, 사상 최고치 경신](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51110131550046840c8c1c064d59152449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