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된 지 며칠이 지났다. 초대형IB 제도의 완성을 상징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은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인가 직후의 환영과 기대는 잠시 내려놓을 때다. 이제 한국형 투자은행이 마주한 구조적 과제를 차분히 되짚어봐야 한다. 조용한 축하 이면에, 이 제도가 요구하는 책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IMA는 초대형IB가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해 안정적 조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예금적 성격과 실적배당 구조가 결합된 형태로, 대규모 자금을 중장기적으로 유입시키는 데 유리하다. 이번 인가로 한국 자본시장도 글로벌 IB 모델에 근접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갖췄다. 하지만 새로운 수단이 곧바로 투자은행 역량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인가와 동시에 부여한 모험자본 공급 의무는 종투사가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과제이자 책임이다.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된 자금의 25%를 반드시 성장·혁신 영역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중소·중견·벤처기업, A등급 이하 회사채, 벤처·신기술사업조합, 모태·하이일드·소부장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자금이 절실한 부문으로 흘러가야 한다. 중견기업과 A등급 채권 투자액을 인정실적의 30%까지만 산입한다는 규정은,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쏠리며 의무를 형식적으로 충족하는 관행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안전자산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진정한 모험자본 공급자로 거듭나라는 요구다.
여기에 더해 당국은 발행어음·IMA 자금의 부동산 운용 한도를 기존 30%에서 10%로 대폭 축소했다. 그간 심화된 부동산 편중 구조를 바로잡고, 조달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종투사에 부여된 새로운 권한은 동시에 자금 운용의 방향과 질을 함께 바꾸라는 요구로 읽혀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 구조 역시 종투사에 우호적이지 않다. 변동성 큰 증시 흐름 속에서 단기자금이 시장을 주도하고, 안정자산 선호가 심화되면서 성장·혁신 분야로의 자금이동은 더디다. 기업과 산업을 장기 관점에서 분석해 자본을 배분하는 기능이 취약한 탓에 초기·중견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한다. 코스닥과 비상장 시장에 대한 분석·정보 제공 부족으로 정보 비대칭이 확대되고,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제약되는 흐름도 반복됐다. 금융당국이 종투사의 코스닥 리서치 인프라 확충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그렇다고 이번 변화가 종투사에 부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국내 투자은행 기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충분한 자기자본, 새로운 조달 수단, 정책적 추진력이 동시에 갖춰진 시기는 흔치 않다. 모험자본 공급 의무는 짐이 아니라 경쟁력을 쌓을 발판이 될 수 있고, 코스닥 리서치 강화는 자본시장 생태계를 키우는 초석이 될 수 있다.
투자은행 역량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본, 이를 설계하는 전문성, 시장을 읽는 판단력,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는다. 인재 육성 시스템과 장기투자 문화, 실패를 수용하는 조직 철학 없이 한국형 투자은행은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IMA 인가 이후의 시간은 종투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아니라 실력 검증의 시작점이다. 시장은 더 이상 간판이나 인가 그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요구되는 것은 실적과 체질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자본시장 전체에 어떤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가다. 한국 자본시장이 이번 기회를 성장의 계단으로 삼을지, 또 한번의 공허한 제도 개선으로 남길지는 앞으로의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 조용한 시대 변화 속에서 조용한 성과가 더 큰 울림을 주는 법이다.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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