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압수란 수사기관이 범죄의 증거물이나 몰수 대상이 될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 점유를 취득하는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원칙적으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영장 없이 압수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가 임의제출 할 때이다.
이는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점유를 취득하는 것이므로 영장은 필요치 않지만, 압수로서의 효력은 다를 바 없다. 즉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압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임의제출’이라는 편리한 통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의하면 압수수색 영장은 혐의 사실과 관련성 있는 것에 한정하여 발부할 수 있고 압수수색을 할 때는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임의제출물에 대한 압수에는 범위제한이 없을까? 임의제출은 동의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 제출이자 점유이전이므로 원칙적으로 별다른 제한이 없다.
문제는 휴대폰 내에는 범죄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정보가 혼재되어 있다. 휴대폰에는 사생활 관련 민감한 정보를 비롯하여 개인의 삶 전체가 들어있다. 따라서 기계를 임의제출 했다고 해서 그 내부에 있는 모든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게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법원은 임의제출 된 휴대폰 내부의 저장정보 압수에도 ‘선별적 압수 원칙’과 ‘참여권 보장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됨을 밝힌 바 있다.
임의제출시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의 범위에 대해서 제출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고 제출자는 제출 및 압수 대상을 개별적으로 지정하거나 한정할 수 있다. 제출자의 의사가 불명확할 때는 제출 동기가 된 범죄사실, 즉 현재 수사 중인 범죄사실 관련 증거에 한정해야 한다. 만일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 등 제3자가 임의제출 한다면, 그 범위가 더욱 엄격히 제한되어 반드시 관련범죄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 지정 또는 한정된 범위를 초과하는 정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전자정보의 압수 절차는 매체(기계)의 압수만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므로 기계의 압수시 영장발부나 범위제한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포렌식 하기 전에는 관련 증거의 범위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무관정보까지 혼재되어 있어서 전체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기계 압수 이후에 복제, 탐색, 출력하는 포렌식 절차를 거쳐야 전자정보의 압수가 비로소 가능해지고 이 과정에서 본건과 무관한 데이터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범위를 한정하여 기계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포렌식 절차에 직접 참여하여 본건 범죄와 무관한 자료의 노출을 방지하고 별건수사로 이어질 위험을 막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피압수자의 ‘포렌식 절차 참여권’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압수수색의 범위가 한정된 사전영장을 받는다 할지라도 어차피 전체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므로 결국 휴대폰 압수에서 제출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영장 유무’나 ‘임의제출 여부’가 아니라 ‘포렌식 탐색 과정의 통제’이다. 휴대폰 전체를 내어주는 순간, 본건 범죄를 넘어 사생활 전체가 수사기관에게 넘어가는 구조적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방대한 전자정보가 무제한적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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