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단장(국제정치학 박사)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공개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움직임은 실로 경이롭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복잡한 공구와 부품을 다루며 물리적 노동의 주체로 우뚝 섰다. 이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팔다리를 대신할 로봇은 미래 공상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적 진격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등골 서늘한 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전대미문의 ‘인구절벽’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보다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이 기묘한 교차점에서 사람이 떠난 빈 공장에 로봇만 들여놓는다고 산업이 유지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로봇과 AI가 노동을 대체할수록 그들이 최적의 효율로 작동할 수 있는 전력 체계, 물류 동선, 그리고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진 ‘지능화된 공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영토를 지키고 보존하는 ‘영토 유지와 관리’의 시대를 넘어, 국토를 능동적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국토 경영(National Territorial Governance)’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난 60년은 영토를 수동적으로 유지해 온 ‘관리(Management)’의 역사였다. 1962년 울산 특정공업지구 지정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산업화는 철저히 특정 거점에 자본과 인프라를 집중 투입하는 ‘(점의 성장(Targeted investment)’ 전략에 의존했다. 이 압축 성장은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밀어 올린 위대한 동력이었으나, 그 영광의 대가는 혹독했다.
이제는 ‘관리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해야 한다. 인구절벽이라는 생물학적 퇴행을 극복하고 아틀라스라는 기술적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국토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산업과 에너지의 혈맥을 다시 잇는 담대한 경영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토 경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건물을 짓고 도로를 닦는 토목 사업이 아니다. 산업·에너지·물류·금융을 하나의 전략 체계로 엮어 국토라는 물리적 공간을 능동적 수익 자산으로 운용하는 고도화된 그랜드 전략(Grand Strategy)이다.
국가는 영토를 관리하는 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은 그 국토를 얼마나 지능적으로 경영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로봇이 채우려 할 때, 로봇을 가장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구동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토 경영의 본질이다. 에너지가 풍부한 곳으로 산업을 유도하고, 물류의 결절점에 금융을 입히며, 관제로 운영 전반을 지능화하는 일은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 위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가장 실증적인 해답이다.
이 거대한 국토 경영 담론의 첫 번째 실증 무대는 단연 울산, 포항, 경주를 잇는 ‘해오름 동맹’이다. 해오름 동맹은 단순한 지역 연합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 강국의 심장이자 원자력·가스·수소 등 글로벌 에너지의 결절점이다.
해오름 동맹은 단순히 지역을 통합 개발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난 60년의 과오를 정리하고 새로운 100년의 산업 지도를 그리는 대한민국 국토 경영의 마스터플랜이다. 국토를 경영하는 국가는 위기에 강하다. 해오름 동맹은 그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자,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변방이 아닌 ‘지중해 시대’를 주도하는 핵심국(Pivot State)으로 우뚝 서기 위한 첫 번째 설계도다.
































